통합민주당의 범여권 신당 참여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이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천정배 의원,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한길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정대철 상임창당준비위원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강정현 기자]
▶손 전 지사="어디를 가나 대통합이 화제이고 국민의 열망이다. 화두의 한가운데 박 대표가 있다. 박 대표를 모시고 대통합을 해야 한다."
▶정 위원장="대통합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치는 것이다. 박 대표가 대미를 장식해 달라."
▶박 대표=(굳은 표정으로) "신당이 열린우리당을 통째로 받지 않는다고 결의하면 참여할 수 있다."
'7인 회동'은 이렇게 접점없이 끝났다. 회동을 주선한 김한길 대표는 허탈한 모습이었다. 이날 모임은 사실 박 대표에게 신당 합류의 명분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창당파 6명은 신당이 먼저 통합민주당과 합치는 모양새를 취한 다음, 열린우리당의 합당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는 '2단계 통합안'을 제시하며 박 대표가 물러설 여지를 주려 했다.
하지만 회동 후 통합민주당에선 "신당이 공식 당명에 '민주당'을 포함시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논평이 나왔다. 유종필 대변인은 "통합민주당이 참여하지 않는데도 신당이 당명에 '민주당'을 넣으면 가처분신청 등 법적 투쟁을 벌이겠다"며 신당 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다.
박 대표가 통합민주당을 통째로 이끌고 신당 창당 대열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통합민주당은 다시 통합파와 사수파로 쪼개질 전망이다. 통합민주당의 김한길 대표 측 의원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박 대표가 신당에 참여치 않을 경우 통합파 의원 20명은 행동을 같이한다"고 결의했다. 또 한번 집단 탈당을 하고 신당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친노(親노무현) 쪽에서도 신당 추진파가 통합민주당만 의식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식으로 창당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불만이 튀어나왔다. 특히 '2단계 통합론'을 두고 이해찬 전 총리 측은 "당 대 당 통합에서 후퇴하는 분위기가 나오는데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상당히 화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서혜석 열린우리당 대변인도 "(2단계 통합론은) 균형과 원칙에 맞지 않으며 대통합에 중대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채병건.정강현 기자<mfemc@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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