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5가지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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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이 사회과학 중 가장 과학적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각종 도표와 그래프가 변화무쌍한 국제 변화를 잡아낼 수는 없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가 꼬집은 경제학의 한계다. 한마디로 경제 이론과 현실 간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FP는 1일 인터넷판에서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이론이 현실 경제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을 '경제학자들의 다섯 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높은 생산성과 낮은 실업률이 모두를 잘살게 해 준다=경제학에선 생산성 증가에 따른 고성장이 모든 사람의 소득을 늘려 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6년간 지속적인 성장과 연평균 5%라는 낮은 실업률을 유지했지만 중간 소득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2001년 이후 노동생산성이 15%나 올라가는 동안에 미국 중산층의 임금은 4%가 떨어졌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는 학력 수준이 높고, 경쟁력을 갖춘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내놓았다.

◆은행과 사유재산제도 없이는 성장도 없다=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은행이 제 역할을 하고, 재산권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는 게 정통 경제학 이론이다. 하지만 중국은 1984년부터 2004년까지 6배나 성장했고, 2005년 이후 연간 9%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중국은 올해에야 사유재산 보호를 명시한 물권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의 은행은 여전히 불안하다.

◆자본은 자유로워야 한다=50년대 후반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제 자본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규제를 완화한 한국.말레이시아 등은 심각한 금융 위기를 겪었다. 자본 이동을 계속 통제했던 중국과 대만은 혼란을 겪지 않았다.

◆유로는 실패한다=12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지도자들이 92년 단일통화 체제인 유로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도 EU식의 고정환율 체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유로는 2002년 1월 도입된 이후 미국 달러화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국제통화가 됐다.

◆일본.중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80년대 중반 일본은 무서운 속도로 경제 규모를 불렸다. 많은 경제학자가 일본의 경제가 미국을 곧 추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다. 일본은 최근 15년간의 경제 침체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을 제치지 못한다면 중국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손해용 기자

경제학의 5대 거짓말

① 높은 생산성이 잘살게 해 준다

② 사유재산제 없이 성장 없다

③ 자본은 자유로워야 한다

④ 유로는 실패한다

⑤ 일본이 세계 경제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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