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덩어리 황사-눈병·알레르기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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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해마다 봄철이면 발생하는 「황사 현상」이 올해들어 모두 다섯 차례 15일간 나타나 79년 기상청의 황사 관측이래 최고 기록을 보였다.
기상청은 이달 중으로 한두차례 더 황사 현상이 있을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올해는 최악의 황사 피해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환경처가 지난 4일 국내에서는 처음 황사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중금속 함유가 평소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나 황사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으며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두 차례 더 올듯>
황사 현상은 『신라 자비왕 21년 어느 봄날 하늘색이 붉었다』는 역사 기록 등에서 보듯 이 사실 우리 나라에 연례적으로 봄철이면 나타나는 고질적인 자연 재해로 낙인 찍혀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황사 현상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토양 사막화 등에 의해 발원지가 계속 확대되는데다 우리 나라와 인접한 중국의 동북부 공업 지대에서 방출되는 중금속 물질까지 황사에 실려 날아와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황사 현상이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며 1천∼1만㎞의 거리에 운반·확산되는 대기오염 물질의 특수성으로 볼 때 중국 공업지대의 중금속 물질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79년 기상청의 황사 관측이래 지난해까지 황사 현상의 발생수와 지속 기간에 있어서 최고 기록은 91년의 네차례 11일간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이미 다섯 차례에 15일 동안 발생해 횟수나 지속 기간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올해 들어 황사 현상이 심한 이유에 대해 기상청 예보 관리과 김진배 계장은 『발원지인 중국 북부와 몽고 지역이 예년에 비해 더욱 건조했으며 기압 배치 또한 저기압이 자주 발생해 이 저기압에 동반된 강한 상승 기류 때문에 황사 현상을 일으키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사 현상=중국 대륙이 건조한 시기인 3∼5월 북부의 고비 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황화 상류의 광활한 황토 지대에서 흙먼지가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3∼5㎞ 상공으로 날려 올라가 초속 20∼30㎞의 강한 편서풍을 타고 우리 나라에 떨어지는 자연 현상이다.
보통 발원지에서 발생한 1백만t에 달하는 황사 구름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3∼4일, 고비 사막과 황화 상류는 2∼3일 지나면 1천5백∼2천㎞ 떨어진 우리 나라에 도달해 3∼4일 정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발원지에서 발생한 황사 구름 중 절반 정도만이 우리 나라에 영향을 주며 연 2천만t에 달하는 황사 구름의 대부분이 중국의 인근 지역에 침전된다.
◇봄철에만 발생하는 이유=3∼5월에 발원지의 사막과 토양이 해빙으로 침착이 느슨해지고 황사 현상에 알맞은 기압 배치가 형성되면서 강한 기류에 의해 황사가 쉽게 들어 올려져 이동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고비 사막 등과 몽고의 사막 등 1백50만평방㎞이상의 지역은 연평균 강수량이 우리 나라 3분의 1수준인 3백∼5백㎜로 건조해 봄철에는 더욱 건조해진 이동성 저기압과 한랭전선에 의해 황사 구름을 일으켜 만주와 발해만·황해를 통과한 뒤 한반도로 이동되며 황해를 통과하면서 습기를 얻으면 응결돼 흙먼지가 포함된 비를 뿌리기도 한다.
따라서 황사는 이런 기상·지리적 조건 때문에 3∼5월에 자주 발생하고 저기압이 습기를 많이 포함해 토양 표면이 침착되는 시기인 6월 이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사나흘 정도 영향>
◇황사의 성분과 특징=황사의 입자크기는 직경 0·025∼0·05㎜이고 성분은 석영·알루미늄이 많고 구리·카드뮴· 납등 중금속 등도 들어 있다.
황사 현상의 특징은 시계가 지상에서 3∼5㎞미만이고 상공 2㎞에서는 1·5㎞정도다.
우리 나라에서는 황사 현상을 강도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하는데 시정이 다소 혼탁한 정도면 「0」, 하늘이 혼탁하고 황색 먼지가 물체 표면에 약간 쌓이면 「1」, 하늘이 황갈색으로 변해 빛을 약화시키고 황색 먼지가 쌓이면 「2」로 분류한다.
올해 처음 환경처가 분석한 성분 분석에 따르면 대기중의 분진 농도가 평소 1백3㎍/입방m 보다 3배 이상 많은 3백㎍/입방m이고 납 등 중금속이 최대 4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 세입자는 평소와 큰 차이가 없으나 큰 입자는 3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황사에 의한 피해=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환경 연구 센터장 문길주 박사는 우선 직접적으로는 기관지염과 천식·안질·알레르기 등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키며 산업체에서는 정밀기계와 전자 기기 등의 작동에 장애를 준다고 지적했다.
또 간접적으로는 일단 햇빛을 가려 태양 복사의 산란과 흡수를 증대시켜 하늘을 황갈색으로 변화시키고 일사량을 감소시키며 식물의 숨구멍을 막아 광합성 작용과 탄소 동화 작용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정밀 기계 장애도>
또 한국교원대 자연과학연구소장 정용승 교수는 특히 중금속이 많이 함유되면 토양과 채소 등에 중금속 축적이 이루어져 인체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황사현상이 일어난 뒤에 내리는 비는 산성도가 증가해 2차적인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중국의 공업화로 황사 현상은 이제 단순히 먼지에 의한 피해 차원이 아니라 중금속 등 국민 건강 차원에서 심각히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황사 현상은 자연 재해이므로 대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다만 황사 구름의 발생과 이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황사주의보」등 예보 시스팀을 통해 사전에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문 박사는 지적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황사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의 온난화와 건조화 등으로 야기되고 있는 사막화 현상 때문』이라며 우선 국제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근본적으로 발원지의 사막화를 막고 중국의 공업화에 따른 대기 오염 물질이 동반되지 않도록 하는 등 환경적인 대책과 함께 동북아 회의 때 중국과의 자료 교환과 토양·농작물에 대한 영향 조사 등 학술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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