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확충·최신 장비 도입 시급"|강인구 국립환경연 대기연구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해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중국 산업 공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판국에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올해 황사 발생 횟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데 있습니다. 납·카드뮴 등 중금속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환경처 국립환경연구원 강인구 대기 연구 부장 (52)은 요즘 고민하는 날이 많아졌다. 황사가 갈수록 말썽을 부리고 있는데도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공업화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문제를 풀어나가기엔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황사의 원인이 되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 삼림 녹화·수림대 조성 등의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이런 방식을 쓸지는 의문입니다.』
국내 연구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사만을 다루는 전문가가 없는게 국내 황사 연구의 현주소다. 먼지 등 대기 오염 물질을 다루는 전문 인력이 황사를 같이 취급하는게 고작이라는 것이다.
황사가 1년 내내 날아오지는 않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가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인력으로는 효율적인 황사 분석과 대처가 어렵습니다.』
강 부장은 전문 인력을 더욱 늘려야 체계적인 황사 분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황사 등 대기 오염 물질을 분석하는 인력과 장비는 괜찮은 수준이나 황사철만 되면 여기에 매달리다보니 산성비·스모그 분석 등 다른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는 얘기다. 5∼10㎞상층 기상 분석에 필요한 최신 장비 도입도 시급하다. 황사량은 해마다 다르다. 그때그때 바람의 방향·속도 등에 영향을 받는 탓이다.
황사가 많은 달인 4월을 기준으로 할때 황사 기간 중 하루 먼지량은 88년 입방m당 5백40㎍(기준치 1백50) 이후 2백∼3백㎍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5백19㎍으로 크게 늘어났다. 『황사량은 해마다 들쭉날쭉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중·일·러시아·몽고 등 5개국이 참가하는 동북아 환경 협력 회의 때 장거리 이동 대기 오염 물질에 황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각국이 심도 있게 이에 대한 문제점·자료 교환·대책 마련 등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겠습니까.』
황사의 영향권이 하와이까지 이를 정도로 매우 넓지만 지리적으로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실을 감안, 보다 적극적인 국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 부장은 강조했다. <김기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