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팀-독일 전지 훈련 오히려 「실」|여 팀-실력보다 경기 흐름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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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스웨덴 예테보리에 대해 한국 탁구가 이제껏 갖고 있는 기억은 그리 좋은 것이 못된다.
남북한 대립이 첨예하던 지난 85년 제38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남녀 모두 북한에 패배한 쓰라린 추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팀은 북한에 5-1로 패한 끝에 9위에 머물렀고 양영자가 이끌던 여자는 당시 신인이던 이분희가 맹활약한 북한에 3-1로 역전패, 결승 진출이 좌절됐었다.
그런 악몽이 되살아나기라도 한 것일까.
유남규·김택수 등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던 남자 팀은 준준결승에서 그만 독일에 덜미가 잡혔고 결승 진출이 유력시되던 여자 팀 또한 북한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무슨 까닭일까.
남자 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실시한 독일 전지 훈련이 득보다는 실을 가져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독일이 복병으로 내세운 세계 랭킹 66위 프란츠에게 5위와 9위인 김택수·유남규가 모두 패한 것은 충격이었다.
프란츠는 김과 유의 드라이브 코스를 미리 알고 나 있었다는 듯 길목을 차단, 템포 빠른 스매싱 맞받아치기로 69년 뮌헨 대회에 이어 24년만에 세계 선수권 4강에 도전하던 남자 팀의 꿈을 앗아갔다.
여자 팀의 패배는 실력보다 경기의 흐름을 잡는데 실패한 분위기에서 뒤진 탓.
첫 단식 주자로 나온 박해정이 큰 경기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유순복에게 2세트 20-16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나 에이스 현정화가 이분희와의 두번째 단식에서 첫 세트 역시 20-17의 절대 우세에도 불구, 내리 5실점해 22-20으로 역전패한 것이 대세를 그르치는 요인이 됐다. 【예테보리=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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