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1백여명이 찾아 헤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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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백여명의 사람이 찾아 헤맨 남자. 성명.거주지.학력.군복무 경력.직장.가족 사항을 나타내는 몇 개의 숫자와 문자로 흐릿하게 윤곽만 잡히던 사람. 휴대전화.e-메일 등으로 촘촘히 연결된 '사람찾기 그물'의 포획 목표. 서너 사람만 거치면 전혀 모르던 사람들끼리도 연결된다는 '대한민국 휴먼 네트워킹'을 실제로 보여준 바로 그 사람. 추리 소설 속 인물 같던 그가 안경 너머로 눈을 반짝이며 상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두 달여 동안의 전국 사회연결망 실험 주인공인 이재화(41) KTF 신사업계획팀장은 깔끔한 와이셔츠 차림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연락 받고 좀 부담스러웠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 신상정보가 공개된다는 것도 그렇고, 언론에 나온다는 것도…."

10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대학 동창에게서 전화가 오고 옆자리의 부하 직원이 쿡쿡 웃으며 "팀장님, 무슨 실험에서 팀장님께 연락하라고…" 말하는, 뜻밖의 일들의 연속. 바쁜 업무 중에 하루 서너 통씩 걸려오는 실험 관련 전화가 때론 귀찮았단다. 하지만 한동안 연락이 오지 않자 은근히 걱정이 됐다고.

"제가 살아온 과정을 중간평가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인간관계를 넓히는 데 소홀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됐습니다."

1백명의 인물에서 출발해 이재화씨에게 도착한 연결망은 모두 17개. 그는 "(내가) 사는 것하고 똑같이 나왔네"라며 미소지었다. 회사일에 빠져 지내느라 좁아진 인간 관계를 새롭게 해보겠노라고 다짐하며.

"글쎄… 평균 6~7명은 거쳐야 저한테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을까요? 10명이 넘나요?"

3.6명이라는 결과에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네명도 안 거치고 저를 찾을 수 있다구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말을 쉽게 했지만, 막상 자신이 경험하니 느낌이 피부에 확 와닿는다는 이재화씨. 허허 웃으며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뱉는다.

"이야… 어디가서 나쁜 짓 못하겠네…. 세상 참 좁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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