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이영학씨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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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폐품이 된 평범한 일상 용구들을 생명력을 가진 조각 작품으로 환생시키는데 빼어난 재주를 보여주는 조각가 이영학씨 (45)의 열한번째 개인전이 24일까지 박영덕 화랑에서 열린다((544) 8481).
90년 제주도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한 낡은 갈고리와 낫으로 작품 『까치』를 만듦으로써 본격화한 그의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 가운데 이번에는 새 시리즈만을 가려 20여점을 선보인다.
연탄집게에서 디딜방아·돌쩌귀·낫·가위·싸리비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동사니들을 이용해 만든 그의 최근작은 2∼3년전 작품에 비해 한결 선이 간결하게 정리돼 단순한 형상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기다림·동경·해학·관조의 내면 세계까지도 함께 담아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오브제를 이용한 창작법은 서구 미술의 네오 다다나 아상블라주류 또는 정크아트에서 사용됐던 방법이기는 하지만 아르망 등 서구 작가들이 주로 「창작을 위한 파괴」를 시도하고 있는 반면 그의 작업은 「창조를 위한 재결합」인 것이 차이점.
최근 토탈 미술관에서 전시됐던 알린 왁스맨의 『유산 시리즈』 (자신의 아버지가 쓰던 물품들을 이용한 추상 작품)와는 달리 우리에게 친숙한 새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일견 「자연회귀」라는 동양 정신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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