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창기배 결승3, 4, 5국 서봉수9단 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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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의 서봉수9단과 일본의 오타케9단이 응창기배의 최종 승부를 마무리짓기 위해 오는 16일 싱가포르에서 만난다. 4년마다 열리는 응창기배 세계바둑선수권전은 40만달러라는 거액의 우승상금(준우승 10만달러) 때문에 프로기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세계 바둑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88년 시작돼 89년 끝난 1회 대회 때는 한국의 조훈현9단이 중국의 섭위평9단을 3대2로 꺾고 우승했었다.
지난해 5월 동경에서 시작된 제2회 대회는 중국의 여류 예내위9단이 돌풍을 일으키는 등 이변의 연속이었다. 지목됐던 우승후보들은 속속 탈락하고 복병 서봉수9단과 흘러간 스타 오타케9단이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보였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 결승전 5번기중 1, 2국을 치른 두사람은 현재 1승1패. 평생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를 잡은 서9단과 오타케9단은 이번 싱가포르의 대회전에 자신의 승부 인생을 모두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전파의 대가로서 생명력 강한「한국바둑」의 상징적 존재인 서봉수9단은 지금까지 20년의 프로 생활동안 1천4백20번 대국하여 9백41승을 올리고 있다(승률 66%). 국제대회에선 38전26승(승률68%). 제2회 동양증권배에서 우승했고 제2회 후지쓰배에서 4위를 했다. 국내대회우승은 통산29회.
오타케9단은 일본바둑의 전통적 미개념을 고집하고 있는 예인적 기질의 소유자로 70년대∼80년대 초까지가 전성기였으나 50세가 된 지난해 홀연히 되살아난 기적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후지쓰배에서 우승했고 일본 명인전에서 도전권을 획득하는 등 제2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국제대회 전적은 21승5패(81%)로 서9단보다 앞선다. 통산 타이틀 획득수는 41회, 한국기사에겐 비교적 약해 2승3패(조훈현에 2패, 서봉수와 1승1패 ,유창혁에 1승)를 기록하고 있다. 대국장소는 마리나만다린호텔. 15일 전야제를 갖고 16일 제3국, 18일제4국, 20일 제5국이 열린다. 대회는「응창기룰」로 진행된다. 덤은 8집, 제한시간 각3시간30분에 35분초과시 벌점2집을 물고 3회초과하면 실격패한다. 서봉수9단은 결승상대로 오타케9단이 정해졌을 때부터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서9단은『강자들이 무수히 널려있는데 내가 또 언제 이런 승부를 갖게 될 것인가』라며『도공의 심정으로 돌아가 멋진 기보를 만들어보이겠다』고 말하고 있다.<박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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