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잘 안풀리면 '인질 구출작전' 돌입할까

중앙일보

입력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인 탈레반에 납치돼 살해된 故 배형규 목사(42)에 이어 심성민씨(29)가 추가로 살해됐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구출작전'에 대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탈레반은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이들 2명의 인질을 순차적으로 살해하고, 앞으로도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인질들을 계속 살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인질들의 살해 위협 속에 탈레반이 석방을 거부하고,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할 경우 최후 수단인 군대를 동원해 인질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방안(인질 구출작전)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정부 당국자는 대화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다른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하는 등 피랍 사태 이후 무력을 통한 구출작전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아프가니스탄 군과 나토군도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들을 억류한 것으로 알려진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 주변을 포위, 탈레반을 압박하고 있다.

사태 초기부터 아프간군과 미군은 카라바그 주변의 수색을 강화하고, 정찰위성 등을 동원해 이 지역을 24시간 관측하고 있으며 납치세력의 통신도 감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도 아프간과 미국의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직후부터 2~3명씩 여러 그룹으로 나눠 분산시켰으며, 이들을 수시로 이동시켜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위치가 발각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인질사태가 악화돼 구출작전이 감행될 경우 미군 주도의 전문 특수부대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질 구출작전은 정보망을 총동원해 인질들이 잡혀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에 가능하다.

또 탈레반의 통신망을 마비시켜 통화를 완전히 차단시키고, 특수부대를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장소로 최대한 신속히 투입, 무장세력을 제압한 뒤 인질들을 구출한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들은 군대를 동원한 구출작전은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군사작전을 통한 인질 구출작전은 위험성이 대단히 크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남아 있는 인질들도 피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질들이 여러 곳에 분산된 채 억류돼 있어 탈레반의 교란책으로 인질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도 현 단계에서는 군사작전을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정부의 동의 없는 아프간 군과 미군의 군사작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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