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윤리법 처벌규정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 재산 허위신고 등 막게 조항신설 마땅/민자 공직사회 위축 우려… 실사위두면 충분
정치관계특위 민자·민주 양당 간사인 김중위·박상천의원은 12일 국회 기자실에서 이번 회기중 가장 중요한 안건인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의 쟁점을 놓고 짧지만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두사람이 공방을 벌인 부분은 재산공개 대상자인 공직자나 의원들이 허위신고를 하거나 재산을 은닉·누락했을 때 이들을 처벌할 규정을 둘 것이냐의 여부였다.
처벌규정은 민주당의 법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청정한 공직사회」라는 공직자윤리법 입법의 기본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기존의 반대입장을 강조한 반면 박 의원은 「성실신고」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이 규정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김 의원은 『윤리법에 처벌규정을 신설할 경우 새로운 범죄유형을 만들어 낼 것이므로 원래 법안개정의 목적인 「깨끗한 공직사회」의 의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론의 근거를 댔다.
즉 재산은닉의 사실여부를 막론하고 정적이나 라이벌을 겨냥,각종 유언비어나 투서·흑색선전 등이 난무해 공직사회를 이상한 소용돌이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은닉·누락·허위신고를 방지하려면 「재산공개 실사위」를 두어 공개재산의 완전실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처벌규정까지 두어 공직자들에게 엄포를 놓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에 반해 박 의원은 『총무처의 말로는 민자당에서 주장하는 실사는 컴퓨터 조회만으로 끝날 뿐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 명의의 부동산 명의신탁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채권 등의 무기명재산,그리고 귀금속 등에 대해서는 실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따라서 「부정축재자」를 파면 또는 제명 등을 통해 자체징계한다는 민자당의 안은 축재의 혐의를 찾아낼 수가 없기 때문에 자칫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박 의원은 몰아세웠다.
그는 『민자당은 대통령이 하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그냥 법을 하나 만들어 이번에도 두리뭉실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고 민자당의원들의 「저의」까지 의심했다.
정직공개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처벌규정이 없다면 『누가 재산을 있는대로 공개하려 하겠느냐』는 것이 박 의원을 비롯,다수 민주당의원들의 생각이다.
이같이 현격한 의견차이를 보인 양당의 두 간사는 그러나 『이 고리가 풀리면 모든게 다 잘풀릴 것』이라는 데는 생각을 같이해 이 문제가 공직자윤리법 타결의 관건임을 확인했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