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사전』펴낸 불 개트너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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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질 개트너(47)는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 기자로 정치부패 스캔들을 전문적으로 추적해 왔다. 최근 프랑스 각 분야의 부패 구조를 집요하게 파헤친「프랑스의 부패 사전」이란 책을 내 화제가 됐으며 우리나라에도 곧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프랑스처럼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에서도 정치부패와 관련된 스캔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프랑스 정치사를 통해 부패는 항상 있어왔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발달해도 정치 부패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프랑스에서 정치 부패가 문제되고 있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고 지난 81년 좌파가 집권하면서「정치의 도덕화」를 약속한데 있다. 공약과는 달리 사회당 집권 기간을 통해 과거보다 더 큰 부정이 계속됐으니 여론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피에르 베레고부아 전총리의 자살은 사회당이 위약에 대해 치른 대가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 프랑스의 정치부패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표면상으로는 좀 덜 한것처럼 보인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이탈리아나 스페인등 정치부패가 문제되고있는 다른 유럽국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경우는 정치인 개인의 부정보다는 권력집단 차원의 부패가 문제로 돼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프랑스 사법관들이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법관들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더 살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패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법적 장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가가 각 정당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치자금 공영제가 물론 가장 중추적인 법적 제도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이 제도를 택하고 있지만 문제는 자금 배분의 중립성이다.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을 각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다 보면 A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낸 세금이 엉뚱하게 B당으로 가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자금 배분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강구돼야 이로 인한 부패소지를 없앨 수 있다.』
-프랑스는 정치인의 재산등록제를 택하고 있다. 재산공개제가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물론이다. 임기 시작과 만료 시점에 재산상태를 등록만하고, 이를 일체 비밀로 보호하게 돼 있는 현행 프랑스 공직자윤리법은 위선 중에서도 위선이다. 이 법 제정당시 프랑스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등록만 하고, 공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의 주장이었고 결국 그 주장대로 됐다. 그러나 정치인은 공인이며,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 보통 월급쟁이들과는 다르다. 유권자는 당연히 자기 손으로 뽑은 정치인의 재산 상태를 알 권리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부패척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법관들이다. 정치부패 척결에서 사법관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보는가.
『사법관들이 처음부터 정치부패를 표적으로 수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것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연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사법관들의 부패척결 십자군운동으로 비치고 있는 것은 언론의 지나친 여론화 탓이라고 본다.』【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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