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발전… 일 화장실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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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의 화장실 산업과 문화가 서구 못지 않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일본 화장실도 한때는 재래식 형태가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푹신한 깔개가 놓인 좌변기조차 구닥다리가 됐다.
첨단의 변기들은 깔개에 열선을 넣어 냉기를 없애주고 용변을 보고 나면 물을 분사해 씻어준 다음 따듯한 바람으로 말려주기까지 한다. 물을 내릴 때나는 소리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여성들을 위해선 버튼을 누르면 아무 소리 없이 처리되는 장치도 개발돼 있다.
일본 화장실 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85년 설립된 화장실협회의 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이 협회에는「화장실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연구자·설계자·공무원·화장실용품 생산자·하수처리시설 기업·운수업자·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있다. 이 협회는「화장실의날」을 제정해 기념행사를 갖고 있으며 그동안 심포지엄도 일곱차례나 개최했다.
이 협회가 펴낸 한 문서는 화장실 문화를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을 거창하고도 엄숙하게 선언하고 있다.『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섭취와 배설이라는 두가지 기본적인 과정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인간들은 섭취 과정에 관련된 문화는 섬세하게 발전시켜 왔으나 배설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너무나 미흡하다.』
미국의 유명한 공상과학소설가 아이잭 아시모프는 대표작『파운데이션』에서 미래의 화장실을 더욱 안락한, 온갖 편의시설로 가득찬 최고의 문화시설로 묘사했다.
아시모프는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사회의 한 단면을 풍자하기 위해 화장실문화에 많은 상상력을 동원했지만, 일본화장실협회의 열성은 아시모프의 상상력을 빠른 시일 안에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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