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고발 사이트가 '뜨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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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제 뇌물 고발 인터넷 사이트가 한 주에 수백 건의 고발이 접수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기업 투명성을 높이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비영리 협회인 트레이스는 이달 11일 각국 정부와 국영기업 등의 뇌물 요구를 신고하는 인터넷 사이트(www.bribeline.org)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개설 열흘 만에 89개국에서 발생한 1000건 이상의 신고를 접수했다. 미셸 가방 트레이스 이사는 "부패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뇌물 수수 관행은 전 세계에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는 익명으로 접속해 한국어.영어 등 14개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해 10개의 객관식 질문에 대답하도록 하고 있다. 뇌물을 요구한 나라나 해당 인물의 소속이 어디인지 등을 묻는다. 뇌물 요구액은 최저 20달러(약 1만8500원) 미만에서 최고 50만 달러 초과로 10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트레이스는 이 신고 사례들을 모아 나라별.부처별.산업별 뇌물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 지도를 활용, 뇌물 위험이 높은 국가나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피하거나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리치 폴섬 세계은행 청렴 담당 부서장은 "이 사이트가 세계적인 뇌물 관행을 척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가별.부처별 뇌물 통계가 나오면 뇌물이 빈번한 국가나 부처는 강도 높은 부패 척결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알베르토 모라 월마트 부사장은 "소비자들의 평판을 중요시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뇌물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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