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벽은 충동억제력 부족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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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국민학교 5학년인 아들이 집안에서 돈을 몰래 훔칩니다. 4학년 때 한동안 돈을 조금씩 가져다 군것질하는 것을 진지하게 타이른 후 그런 버릇이 없어졌는데 요즘 또다시 그 버릇이 시작됐고 액수도 커졌습니다. 직장을 가진 엄마로서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 책임을 느끼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성민희·인천시 숭의동>

<답>어린이가 지나지게 충동적이고 욕망을 억제하는 힘이 약해서 연령에 맞는 행동을 못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별다른 문제없이 일시적인 상황 때문에 도벽이 생겼다면 조심스럽게 접근함으로써 원만히 해결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도벽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반복적 나쁜 습관이므로 행동이 더 굳어지기 전에 그 원인을 가려내 바로잡아주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어린이가 훔치는 버릇을 갖게 되는 여러 가지 심리적·사회적 배경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예컨대 ▲부모의 일관성 없는 성격으로 인한 잘못된 양육방식 ▲남의 물건에 대한 부모의 본보기가 잘못되어 올바른 소유개념을 배우지 못한 경우 ▲자기 또래들로부터 소외된데 대한 보상으로 물건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거나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려는 심리 ▲식욕이나 물건에 대한 욕심을 절제하는 힘의 부족 ▲나쁜 집단의 유혹에 빠지거나 미운 사람을 공격하고 싶을 때 ▲애정이나 관심의 부족, 정서적 불안정, 열등감, 욕구불만 등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 ▲TV 등의 매체에서의 모방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어린이의 경우는 4학년 때 생겼던 버릇이 또다시 나타난 만큼 한층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도벽이 처음 생겼을 때 어머니가 특별히 관심을 보였던 것을 기억했다가 어머니의 관심이 아쉬워지자 또다시 그런 행동을 반복한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군요.
또 훔친 돈으로 군것질을 한다는 사실은 부모님의 애정에 대한 욕구불만이 그렇게 나타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속단하지 말고 어린이가 그런 행동을 보일 때 자연스럽고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어린이 스스로 왜 그랬는지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서 확실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도움말=인간발달복지 연구소 권영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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