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박사 1호 ‘건강 전도사’ 홍문화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우리나라 약학박사 1호이자 ‘건강전도사’로 불리던 홍문화 서울대 명예교수가 28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 91세.
 
고인은 국내 약학 발전의 초석을 놓은 1세대 과학자이면서 국민들에게 어렵고 딱딱한 의약 지식을 보급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생전에 “죽고 사는 법칙을 알고 싶어 의약을 연구했고, 그 법칙을 알리고 싶어 ‘건강 전도사’가 됐다”고 말했다.

평안남도 평양 출신으로 1937년 경성 약전(藥專)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퍼듀대 대학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엔 의학을 독학, 41년 조선의사시험에 합격해 의사자격증을 땄다. 이후 낮엔 경성제대 병원에서 인턴생활을, 밤엔 개인진료소에 나가 행려병자를 돕는 의료봉사를 했다.

50년부터 서울대약대 교수로 재직해 약학대 학장, 국립보건연구원 원장, 서울대 생약연구소(현 천연물화학연구소)소장, 대한약사회장, 대한약학회장, 아시아약학회(FAPA) 의장, 한국과학저술인 협회장 등을 두루 거쳤다.

고인은 국민 건강을 위한 계몽 활동에 평생을 바쳤다. 일반인이 건강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던 시절, 그의 글과 강연 내용은 ‘금과옥조’였다. 『약이냐 독이냐』 『약과 건강』 『약이 되는 식생활 건강법』 『약이 되는 음식 이야기』등 수많은 책을 써 약과 음식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렸다.

80년대에는 노인,주부,기업 등 계층을 가리지 않고 연 100회 이상 강연을 다녔다.은퇴 후엔 평생 수집한 건강·의료 분야 서적 5000여 권을 한독약품에 기증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문희씨와 장남 주안(미국 어바인대 화공과 교수)씨 등 2남3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31일 오전 10시,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3410-6917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