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고양이에 맥못추는 산업시설/고압선 뛰어들어 잦은 “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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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과천청사업무 3시간 마비/울산선 작년피해 무려 50억
산업·첨단시설이나 주요 행정시설이 고양이나 쥐·족제비·까치·솔개 등 작은 동물들의 습격에 맥을 못추고 마비되는 일이 잦아졌다. 과천 정부종합청사가 고양이 한마리에 의해 3시간여동안 정전,정부주요행정 일부가 마비됐는가 하면 공단지역에서는 조업이 일시에 중단돼 엄청난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이 때문에 고양이나 쥐 등의 피해가 심한 공단 등지에서는 초음파 퇴치기기를 설치하는 등 비상이 걸려있다.
과천 정부 제2종합청사는 지난달 29일 오전11시13분쯤 구내 변전소에 고양이가 뛰어 들어 차단기 주변 고압선에 감전돼 무려 3시간동안이나 청사 전체가 정전되는 바람에 팩시밀리 등 사무기기의 작동이 중단되는 등 정부의 주요행정 업무가 마비됐었다.
이날 정전은 82년 과천청사 입주 이후 가장 긴 정전사고였다.
경기도 화성군 봉담면 와우리 공단에선 지난달 2일 까치가 고압선 정전사고를 일으켜 이 일대 공단이 2시간동안이나 조업을 중단해야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또 지난달 20일 오전 9시23분쯤에는 전주시 인후동 금평국교 옆 전신주에 까치가 집을 짓는 바람에 합선으로 KBS전주방송국 등 주요시설과 이 일대 6천여가구에 40여분간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지난해 12월23일 경남 울산에 있는 (주)유공 중질유분해공장에서는 배전함 충전부에 들고양이가 들어가 22만9천V의 전선이 합선되면서 기계가 멈춰 수십t의 불량 나프타분해물질이 발생,4억2천여만원의 피해를 냈었다.
이밖에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는 지난해 동물에 의한 정전사고가 8개사에서 20여차례 일어나 50여억원의 피해를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 때문에 울산공단의 경우 공장마다 쥐 등 작은 동물들이 드나들수 있는 배전판의 구멍을 아예 콘크리트로 막아 버리거나 동물피해 방지용 전선으로 바꾸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으며 일부 공장에선 초음파 퇴치기를 동원하고 있다.
특히 한전측은 까치 등으로 인한 고압선 전력공급중단사고를 막기위해 직원들을 동원,까치집 철거에 나서고 있다.
한전 충남지사의 경우 지난해 1만3천1백15개의 까치집을 철거한데 이어 올해도 3월말까지 5천5백62건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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