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22인 … 탈레반 '퍼즐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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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한국인 22명이 몇 명씩, 몇 곳에 나눠져 있는지를 둘러싸고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피랍자의 한 명인 임현주씨는 26일 미국 CBS방송에 "한국인 인질 22명이 남녀 두 그룹으로 격리돼 있다"고 말했다. 방송은 "배형규 목사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남녀 인질이 격리 수용돼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이슬람 교리를 따르는 탈레반이 남녀를 분리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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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군과 아프간군이 주변 지역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레반이 18명이나 되는 여성을 끌고 한꺼번에 여러 은신처를 전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탈레반이 임씨를 통해 의도적으로 역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7일 "인질들을 2명씩 모두 11곳에 분산 수용한 상태"라고 말해 혼란을 더했다.

그간 가장 신빙성 있는 시나리오는 3개 그룹 설이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27일 "인질들이 3개 건물에 갇혀 있으며, 여성 7명과 남성 1명을 관리하고 있는 그룹이 몸값을 받고 석방하려 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NHK와 알자지라 방송도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은 모두 3개 그룹"이라고 전했다.

25일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김장수 국방부 장관에게 건넨 '8+6+9'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에서 숫자 8과 6 밑에 '돈', 숫자 9 밑에는 '강경'이라는 단어가 써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 정부도 3개 그룹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헷갈리는 여성 숫자=CBS 인터뷰에서 임씨가 "나는 다른 여성 17명과 함께 있으며, 남성 인질은 따로 억류돼 있다"고 말하면서 인질 숫자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여성 인질이 18명이라는 이야기다. 앞서 샘물교회가 발표한 봉사단 20명 중 남성은 7명, 여성이 13명이었다. 현지에서 합류한 임씨 등 3명은 모두 여성이다. 19일 봉사단과 함께 납치됐다가 풀려난 버스 운전기사는 "여성 18명, 남성 5명이 버스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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