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베의 운명'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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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의 운명을 결정할 일본 참의원 선거가 29일 실시된다. 선거를 이틀 앞둔 27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은 이번 선거 대상인 121석 가운데 많아야 40여 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럴 경우 2010년 선거 대상인 46명을 포함한 자민당 의석 수는 현재의 110석에 크게 못 미치는 90석가량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이번 선거에서 1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11석을 합쳐도 20여 석에 불과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연립여당의 의석은 110석 안팎으로 과반수인 122석에 미달할 전망이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날 아사히(朝日)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58석을 얻으며 약진, 원내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선 아베 총리의 퇴진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일본에선 정권을 교체하는 총선거는 중의원 선거이며, 참의원 선거는 과반수에 미달해도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1989년 우노 소스케(宇野宗佑)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36석, 98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44석을 얻어 책임을 지고 퇴진한 전례가 있다.

현재로서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의 확보 의석 수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떨어져 있어 40대 전반의 의석 수만 얻어도 아베 총리가 퇴진까지 몰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만한 강력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는 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이후 자민당 내 각 파벌의 결속력이 극도로 약해져 파벌 간 합종연횡에 따른 후보자 선정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민당 의석 수가 40석을 넘을 경우 아베 총리는 내각과 주요 당직자의 전면 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 내 일부 보수 성향 의원들을 자민당으로 끌어들여 위기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0석에 미달할 경우 사실상 국정운용이 어려워져 아베 총리가 퇴진을 전격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가 사퇴할 경우 자민당은 8월 말께 총재선거를 실시해 후임 총리를 결정하게 된다. 후보자로는 아소 다로(生太郞) 외상,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전 재무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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