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바꿔보자" 물갈이 연대가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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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당을 위한 운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합법적인 운동을 통해 유권자들이 스스로 깨끗하고 개혁적인 후보를 고를 수 있도록 돕겠다".

'2004 총선 물갈이 국민연대 준비위원회(물갈이 연대)'가 향후 활동계획을 밝혔다. 물갈이 연대는 오는 4월 총선에서 특정후보를 정해 '당선 운동'을 펼치겠다며 최근 시민단체 활동가와 종교계.학계 인사 등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물갈이 연대는 7일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활동 범위와 일정 등을 밝혔다.

간담회는 이날 오후 서울 신문로 빌딩 10층에서 진행됐다. 물갈이 연대는 10층의 조그만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간담회를 앞두고 기자가 도착했을 때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를 포함해 준비위원장인 성해용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등 4~5명이 모여 토론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은 궁색했지만 표정들은 활기차 보였다. 오후 4시 쯤 각 언론사의 기자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간담회가 시작됐다.

정교수가 사회자로 나섰다. 그는 "국민들 그리고 언론과 함께 하는게 이번 운동"이라며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운동에 대한 성위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과거 낙선운동의 성공은 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나 정치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국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정치판을 바꿔보자는게 이번 운동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후보 지지'라는 1회성 운동에 그치지 않고, 당선 뒤에도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자"고도 제안했다.

물갈이 연대는 이를 위해 ▶온라인으로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정보를 제공하고(1월15일~1월말)▶후보자간 토론을 마련하고(2.3월)▶후보자를 평가해(3월)▶국민후보를 고르는 작업을 하고(3월 말 이후)▶전국적으로 지지당선 운동을 펼친다는 일정을 마련했다.

특히 물갈이 연대라는 우산 아래 대학생.아줌마.교수.문화예술인.언론인.직장인 연대와 각 시도별 연대를 만들어 조직화하기로 했다. 후보자 정보 등은 홈페이지(www.mulgari.com)을 통해 제공하고, 지지후보를 고르는 기준도 유권자위원회 등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지지 후보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게 법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많았다.

정교수는 "아직 명확한 당선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토론을 하면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위원장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새 '기준'을 세워나가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운동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낙선운동을 계기로 선거법이 바뀌어 시민단체도 기자간담회.인터넷 등에서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갈이 연대 관계자들은 공천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대가 결성되면서 정치권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좋은 후보'를 고르기가 쉽겠느냐"는 질문에 정교수는 "총선일엔 3천5백만명의 유권자들이 모두 개인적으로 당선 운동을 한다. 이들 모두 마음 속으로 '좋은 후보'를 골라서 찍는다. 어려울 것 없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한창일 때 "'개혁'을 강조하면 결과적으로 특정 정당(열린우리당을 지칭)에게 유리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최열 상임이사는 "정치적으로 '개혁하자'고 외치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며 손을 내저었다. 정교수는 최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공천 물갈이 계획에 빗대 농담으로 "우리가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웃었다.

물갈이 연대는 또 특정 정당의 지지자들이 운동에 참여할 것에 대비해 "각 정당의 간부와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는 이들을 회원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는 향후 윤리행동 강령 등을 만들어 이같은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연대는 오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실내행사.야외퍼포먼스.행진 등 3단계로 구성된 발족식 행사를 한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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