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상생활 11년" 수필집 낸 오건석해군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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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상륙함·구축함의 함장으로 바다를 「지휘」했던 오건석 해군대령(45)이 25년간 얻은 해군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느낌을 엮어 최근 수필집으로 펴냈다.
『바다는 기러기를 붙잡아 두지 않는다』는 제목의 이 책은 「자유롭게 출렁이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움직이는 영토」, 바다에 대한 각한 애정을 명료하고 힘찬 필치로 이끌어간 오대령의 「함상일기」.
그는 「11년간 바다에 수십일씩 떠있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그리운 사람들에게 바다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 한방중에 틈틈이 글을 써 왔다』고 했다. 「평생 바다인」이기를 원하는 오대령은 「두려움과 신비로움의 바다」「구축함 행진곡」「군인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등 51편의 수필속에 선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고충, 즐거움, 바다에 얽힌 신화, 전설, 바다의 멋과 가치등에 대한 느낌을 적어 일반인들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는 인천소재 제2함대사령부 전비 전대장인 그는 『바다는 우리를 세계로 연결하는 생명선이며 우리의 희망이다. 진정으로 우리나라가 강국이 되려면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지구표면의 71%가 바다이며 한국교역량의 90%이상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람들이 너무 바다에 대해 무관심해 안타깝다』고 했다. 전남무안에서 태어나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한 해군이 된 것은 세일러복차림이 멋진 이웃집 해군사관학교 선배의 권유때문.
73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후부터 배를 타기 시작한 그는 87년부터 상륙함, 92년부터 구축함장등을 지냈는데 동·서·남해연안으로부터 1백여마일 떨어진 작전해역에서 한번 나가면 한달씩 바다에 떠 살아야 했다. 그는 구축합장 시절 3백20여명의 대원을 지휘하면서 망망대해에서 언제 벌어질 지도 모르는 잠수함전이나 수송함전, 적 항공기 출몰에 대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함장으로서 상의할 사람없이 혼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장 고독했다』는 오대령은 때로는 산더미처럼 몰려오는 파도, 폭풍우와 싸우면서도 「배를 집과 같이, 대원을 가족같이」 진한 애정으로 이끌어와 「우리집 가장」으로 불려왔다고.
그러한 그답게 대원들이 찾아와 언제나 불만과 어려움을 쉽게 토로할 수 있도록 자면서도자신의 방에 불을 밝혀놓는 세심한 배려를 해왔다.
그런탓인지 그는 해군에서 영관급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지휘 성공논문대상」의 최고상을 87, 92년 두차례나 받았다.
또 중령때 부하들에 대한 상관의 통솔력을 평가하는 대회에서도 훈련·사격·안전등 12개 전부문 모두 1등을 차지,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했다..
서울 성암여중 물리교사인 부인 김희숙씨(43)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있지만 그는 요즘도 가족들과는 일주일에 한번 상봉하는 「이산가족」생활을 7년여동안 계속하고 있다.
그는 인천 월미도 아파트에 혼자 기거하는「준홀아비」생활을 하고 있는데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앞으로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본격적인「바다서」를 내놓겠다고 했다.
또 『가능하다면 수십·수백대의 비행기를 탑재한 순양함이나 항공모함함장이 되어 더 넓은 바다를 지휘해보고 싶다』고 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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