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부총리 고토라|부패정치 자르는 『면도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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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8일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일본 외상겸 부총리의 사임으로 부총리직을 이어받은 고토다 마사하루(후등전정청) 법무상(78)은 한때 「면도날 고토다」로 불렸다.
자치생의 전신인 내무생관료로 출발, 69년 경찰청장관을 역임할 때까지 그가 관료생활 가운데 보여준 날카로움과 강직함을 두고 붙인 별명이다.
그리고 지금 고토다는 정치개혁의 「얼굴마담」으로 나서고 있다.
76년 고향인 도쿠시마(덕도)현에서 중의원 의원으로 정계 입문한 이래6선을 기록중인 그는 지금까지 모두 일곱차례 입각했다.
5∼6선때 비로소 첫 입각하는 일본 정계 상식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가 얼마나 역대정권의 「애호」를 받았는지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법무상 취임 이후 면도날 고토다의 활약상은 일본국민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3년4개월만에 한 사형수에 대해 사형집행 도장을 찍어 법질서 파수꾼임을 내세우더니만, 가네마루 신(김구 신) 전자민당부총재 구속에 즈음해선 사건수사확대 가능성을 내비추어 정계전체를 긴장시켰다.
고토다가 정치개혁을 본격적으로 주창하고 나선 것은 지난88년 리크루트사건이후 당 정치개혁위원회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89년에는 당의 체질개혁을 위한「정치개혁대강」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자민당은 지옥을 보게될 것』이라 일갈, 정치개혁에 대한 자신의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1914년 도쿠시마현에서 태어난 고토다는 39년 동경대법대 졸업 후 내무성 사무관으로 출발해 방위청 초대방위과장, 자치성 관방장등을 거쳐 69년 경찰청장관으로 임명돼 70년대 초반의 안보투쟁이나 과격파테러 대책의 선봉장으로 맹활약했다.
미야자와총리는 고토다법무상을 부총리로 임명하면서 『누구에게나 만일의 사태란 있을수 있다』며 지난 80년 오치라마사요시(대평 정방) 당시총리의 급사를 언급했다. 이는 유고시 자신을 대신할 부총리 자리에 고토다를 앉혔으며, 그만큼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야자와총리의 제스처였다.
외교에 미야자와, 정치개혁에 고토다. 두 원로정치인이 이끄는 일본 정계의 앞날이 주목된다. <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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