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적자 축소기대/각국경제 파급효과(신 엔고시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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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제품값인상 인플레압박 우려/경쟁력 향상없으면 호기 또놓쳐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엔고현상이 일본의 상승하는 경제력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흑자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서방선진국(G7)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제경제전문가 마이클 앤드루박사는 ▲일본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의 확대 ▲계속 늘어나는 일본의 무역 및 국제수지 흑자 ▲빌 클린턴 미행정부의 경제계획 실패우려 등 국제경제적 요인외에 미국 등 G7이 엔고를 바라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엔고현상은 국제경제 현실과 경제로 집중되고 있는 국제정치의 합작품인 셈이다. 엔고는 단기적으로 미국 등이 노리는 국제경제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 변화의 두드러진 현상은 우선 일본 무역흑자의 감소다. 대미교역에서만 연4백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는 일본은 엔화의 가치가 올라간 만큼 수출상품값이 높아져 지금과 같은 흑자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솔로몬 브러더스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미국시장에서 값이 오른 일본상품은 전반적으로 매상이 줄어들었는데 판매가가 8.6%오른 승용차는 4.2%가 덜 팔렸고,1.8% 오른 VTR는 19.7%나 감소하는 등 모터사이클과 정보장비를 제외하면 인상제품 대부분이 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일본의 가격경쟁력 저하에 따른 다른 나라들의 상대적인 경쟁력 향상이다. 일본이 수출에서 고전함에 따라 미국 등 경쟁국기업들은 자국시장뿐 아니라 일본시장의 개척과 다른 수출시장에서 유리하게 된다.
일본기업들의 해외생산기지 이전도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생산기지이전은 미국보다는 임금이 싼 개도국들,특히 아시아국가들에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전 무역마찰을 피하기 위해 수출시장인 미국 등에 생산공장을 세웠으나 이젠 무역마찰보다 가격경쟁력극복이 더 큰 과제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경기후퇴를 들수 있다. 일본경제가 오랜 침체끝에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와 이를 위해 일본정부가 추진해온 경기회복책이 엔고때문에 위축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고가 세계각국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독감을 전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세계경제침체로 각국의 이자율이 떨어져 인플레이션유발 위험이 적었으나 엔고로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본상품의 값인상은 자국상품가인상 빌미를 제공해 일본상품을 수입하는 나라들 모두가 인플레이션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이 서방국들에 있어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할 호기임에 틀림없으나 기업들의 자생적인 경쟁력향상을 도모하지 않을 경우 경쟁력이 더욱 약화되는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미국 등은 70,80년대 엔고때 일본기업들이 이를 경쟁력강화의 계기로 삼아 경쟁력을 강화한 반면,자국기업들은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는 타성때문에 도리어 경쟁력이 약화되는 경험을 한바 있다.
일본은 일본대로 서방국들의 환율인상압박과 70년대의 유가상승 등과 같은 또다른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국제수지흑자를 고집해온 당연한 결과로 위기를 맞은 일본이 또 한번 이를 극복하는데 성공한다면 경제대국으로서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나 실패할 경우 단기적인 경기회복은 물론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경제신화의 기반자체가 흔들리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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