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선심성” 대통령령 연발/오늘 국민투표… 러시아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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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광원봉급 인상·학생 장학금 증액 등 발표/TV서 영화 「대통령의 하루」 제작 방영
25일의 러시아 국민투표를 몇시간 앞두고 친옐친파와 반옐친파의 찬반 캠페인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번 국민투표는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 난무하는 구호처럼 『러시아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밤늦게까지 이어졌던 보수·개혁파간 찬반 캠페인은 그 방식이나 구호에 있어 이 나라에 아직도 얼마나 많은 공산주의 시대의 유물이 남아있는지,또 이번 기회를 통해 얼마나 많은 서구식 정치캠페인 기법이 도입됐는가를 여실히 보야줬다.
지난 며칠동안 모스크바에서 벌어졌던 러시아 국민투표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국민투표 실시가 결정된 직후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선심성」 대통령령을 발동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케메로보 광원들의 월급인상과 사회보장을 명령하는 대통령령을 발동한 것.
그후 학생조직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자 곧바로 학생들에 대한 자학금과 보조금 인상을 명하는 대통령령을 공포했다. 또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기름값을 원래대로 환원하도록 명령하는 등 대통령령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댔다.
○인기 영화감독 동원
○…20일엔 일반서민들에 「정서적」으로 파고들기 위해 러시아 영화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라자노프감독이 특별제작한 『대통령 일가의 하루』라는 텔리비전 영화를 제작,러시아TV를 통해 방영.
옐친진영은 이 영화에서 일반 서민들과 별로 다를게 없이 사는 대통령가족의 생활을 잘 「포장해」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을 친옐친으로 움직이는데 성공했다고 자평.
○…16일 이후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과 결별한 옐친대통령은 루츠코이부통령의 경호원·자동차·전담의사를 철수시키는 등 조치를 취했다. 루츠코이부통령은 즉각 옐친대통령의 즉근들이 조직범죄에 연관돼 국가재산을 서방에 싼 가격으로 매각하거나 개발권을 주고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발표.
옐친진영은 이것이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텔리비전을 통해 루츠코이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을 융단폭격식으로 쏟아부었다.
한편 발렌틴 스테판코프검찰총장은 루츠코이부통령으로부터 옐친측들이 연루된 범죄사실 증거를 인계받고 파벨 그라초프국방장관 등의 군 재산 불법매각 사실을 발표하고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발표.
○…국민투표를 며칠앞둔 상황에서 중도파와 개혁들은 모스크바거주 서방 기업인·언론인들의 지지를 유도,이를 선전에 이용할 목적으로 자신들의 대회에 참가할 것을 권유하는 초대장을 발송.
그 대표적인 것이 16일 크렘린에서 열린 산업동맹 총회와 지난 주말 모스크바 슬라뱐스카야호텔에서 개최된 옐친대통령을 지지하는 기업인 총회.
옐친측 모임을 주선한 한 단체는 저녁식사 티킷을 한장에 1천달러에 판매하기도.
○투표율 70%선 예상
○…24일 모스크바 시민들은 모처럼 햇빛이 나는 맑은 날씨를 즐기려 인근 공원이나 가까운 다차(별장)로 주말을 보내러 나가 한가로운 느낌. 그러나 전날인 23일밤 모스크바에선 대규모 시위가 열려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으며 시위대간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24일 이즈베스티야지에 발표된 선거예측 조사에 따르면 투표참여율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70∼75%가 될 것이며,옐친대통령에 대한 신임은 유효투표의 약 57%선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에 경제개혁에 대한 지지는 50%에 못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이번 국민투표가 일부는 옐친대통령에 유리하게,일부는 보수파에게 유리하게 끝나 국민투표가 끝나는 즉시 새로운 정치투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투표결과는 1차 중간결과가 빠르면 27일 오후에,그리고 최종결과는 내달 3일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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