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수사 동화은만 “시범케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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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융비리보다 6공 실세 고리찾기에 초점
안영모동화은행장 구속에 이은 대출커미션 비리 수사의 파장은 과연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
대검 중수부가 안 행장 수사와 관련,커미션을 준 기업체는 물론 관련 공직자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하자 금융계·관계가 숨죽이며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정바람을 타고 있는 검찰수사가 어디에까지 미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수사과정을 지켜볼때 검찰수사가 애초부터 금융부조리를 파헤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6공실세들에 대한 광범한 내사를 벌여왔지만 거의 모두가 깨끗이 「주변정리」를 마쳐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내사가 대부분 무위로 끝나 기진맥진해 있던 검찰은 동화은행이 영수증수집으로 비자금을 만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안 행장이 6공 실세들과 상당한 친분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때 이 돈이 결국 6공 정치인들에게 건네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은행임직원들이 비자금의 대부분을 자체소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맥빠졌던 검찰수사는 안 행장의 대출커미션 부분이 드러나면서부터 활력을 되찾았다.
검찰은 동화은행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은행과 거래한 수십개 업체 사장들이 모두 달아난 사실을 확인한뒤 수사방향을 급선회했다.
어차피 수사목적이 새정부의 목표인 부정부패 척결에 있는이상 금융계의 고질인 대출커미션 관행을 뿌리뽑아 보자는 의도였다.
김태정대검중수부장은 『커미션이 관행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자는 것은 공무원의 뇌물수사가 관행이므로 처벌하지 말라는 주장과 똑같다. 이번 기회에 기업을 괴롭히는 커미션·꺾기관행은 철저히 뿌리뽑겠다』며 커미션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대출커미션 수사에 대해 금융가 인사들은 이를 「태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이 마음먹고 수사한다면 살아남을 은행은 한군데도 없을 것』이라는 은행관계자의 말처럼 커미션부분은 지금껏 「필요악」 정도로 여겨져왔을뿐 정식 수사대상에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검찰수사가 다른은행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중수부장은 『범죄가 드러난 동화은행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하겠지만 「싹쓸이식」 수사는 경제 전체를 마비시킨다』며 다른 금융기관엔 수사확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단 동화은행을 시범케이스로 엄단하고 앞으로는 대출커미션을 받는 은행 뿐아니라 이를 준 기업도 모두 수사한다는 것이 검찰 방침이다.
더 나아가 동화은행의 대출커미션 수사는 더 중요한 복선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엄청난 액수로 불어나고 있는 동화은행의 커미션자금이 과연 누구에게 전달됐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커미션의 일부는 관행상 감독책임을 맡은 공무원들에게 전달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검찰의 더 큰 「노림수」는 애초의 수사목표였던 6공 실세들과의 관련여부다.
검찰은 수십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대출커미션을 안 행장이 혼자 착복했을리는 만무하며 이 돈중 상당액은 분명 정치인들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정치인이 드러난다 해도 검찰은 임시국회가 열리는 다음주말까지는 정치권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소환 등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권에 커다란 태풍으로 몰아치고 있는 동화은행대출커미션 수사가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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