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대 안정이 관건/신경제 5개년계획 총량지표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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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장잠재력 키워 연 7% “의욕”/제도·의식개혁 등 뒷받침 돼야
정부가 23일 발표한 신경제 5개년계획의 총량지표들은 기본적으로 김영삼대통령의 대선기간중 공약사항과 매우 유사하다.
김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집권후 2년내 물가 3%,국제수지 흑자,98년에 1인당 GNP 1만5천달러를 제시했었으며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총량지표에서 소비자물가는 94년이후 3%대,경상수지는 94년 흑자전환,98년의 1인당 GNP는 1만4천5백6달러로 전망,비슷한 그림을 그려냈다.
정부는 「신경제하에서 불합리한 제도의 개혁과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완화 및 사회·경제의식의 개혁이 이뤄지고 잠재성장능력의 제고를 위한 제반 정책과제들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7.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이 얼마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은 곧 물가와 국제수지의 부담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정부가 이번에 산정한 잠재성장률은 신경제 5개년계획이 없었을 경우 보다 0.5%포인트 높은 것으로,따라서 계획기간중 연평균 7%의 성장을 한다해도 이는 잠재성장률보다 낮아 물가와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웃도는 국가경제가 7%의 성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의욕적이며 실제로는 거의 예가 없다.
일정수준의 경제발전단계에 이르면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기본적 요인인 노동 및 자본공급 능력상 제약은 필연적으로 온다.
따라서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이같은 제약에도 불구,제도와 의식개혁을 통한 경제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잠재성장력의 추가적인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대나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성장잠재력을 상향 수정하면서 그 전체로 삼은 경제개혁 및 규제완화조치,의식개혁을 통한 민간의 창의 및 참여유도와 정부정책의 자율성·일관성·투명성 확보,나아가 산업구조조정의 촉진,기술개발 확대,기술인력 양성,사회간접자본의 공급증대 등 제반정책과제들의 「차질없는 추진」이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또 세계경제는 3%대의 성장세 회복이 이뤄져야 하며 임금은 노동생산성 범위내에서 상승하고 94년 3%대의 물가안정을 위해선 공산품가격 등의 인상이 억제돼야 하는 등 잠재성장률 상향 수정의 배경에는 곳곳에 불안정한 변수나 경제주체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전제들이 깔려있다.
7% 성장과 3% 물가의 조합은 되기만 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번의 총량지표에서 나타난 정부의 기본시각은 7% 성장에 기울어져 있고 다른 지표들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계산된 것」이란 느낌이다.
경제체질의 강화,나아가 선진경제로의 진입에는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필수적임에도 이번 총량지표에서는 여러가지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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