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여성 우리에게도 일할 기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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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이중굴레에 허덕이고 있는 장애여성들이 기업·정부를 비롯한 사회전반의 무관심속에서 신성한 노동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촉진법」이 92년부터 정식으로 발효되기 시작했지만 장애인을, 그것도 여성장애인을 받아들이는 기업은 거의없다. 오는 2O일로 장애자의 날이 13회를 맞지만 사정은 그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엔 「유보고용」이라는 제도가 있어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업종엔 남녀를 불문하고 장애인을 일정수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우리의「장애인 고용 촉전법」은 고용불이행부담금을 기업이 감수하면서도 장애인을 외면,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지난해 노동부가 낸 통계에 따르면 1백인이상사업체에 채용된 장애여성의 숫자는 1천5백86명.이는 15∼59세사이의 경제활동이 가능한 장애여성 21만9천8백14명(9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추산) 중 0·7%에 불과하다.
장애여성의 거의 대부분이 일터로부터 격리된 상태인 것이다. 장애인 고용담당기관인 노동부·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에는 장애여성들의 구직신청이 연일 들어오고 있으나 이들을 채용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같은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몇몇 장애여성들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취업에 성공, 실직상태에서 고통받고 있는 다른 장애여성들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한국주택은행 장안동지점에 근무하는 장미영씨(27)도 그중 한명. 돌을 갓 넘긴 무렵 엄습한 소아마비로 1급 지체 장애상대에 처했던 장씨는 국민학교과정을 독학으로 수료하고, 삼육재활학교와 대구대 국문과를 거쳐 지난해 9월 주택은행의 공채에 합격, 은행원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실에서 정리역을 맡고 있는 정복신씨(32)는 신체가 부자유한 상태에서도 자신에 알맞는 운동을 선택해 익힌 덕에 직장을 얻게 됐다. 3세때 앓은 소아마비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정씨는 80년 고교졸업후 피아노 교사를 하면서 정립회관이 실시하는 각종장애인용 운동 프로그램중 사격이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종목임을 발견하고 본격 연습에 들어갔다.
취미로 시작한 사격이 나날이 늘어 곧 프로급수준이 됐고 급기야 88년 서울장애자올림픽에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돼 6위의 성적을 올린다. 폐막후 관광공사의 장애인 특채에 응모한 정씨는 올림픽 출전선수임이 감안돼 우선채용되었다.
『결코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꾸준히 노력해 이룬 결과』임을 강조하는 이들은 『덮어놓고 채용을 기피하는 기업들도 문제지만, 이에 좌절해 사회진출을 포기하고 있는 장애여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구노력이 아쉽다』고 말한다.<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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