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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알고도 숨겼다/정답유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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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9일 확인… 그동안 “쉬쉬”/자술서 1장만 받고 사건방치/장관담화 다음날 수사의뢰/순청향대선 “터무니없는 전국수석” 은폐 기도
국립교육평가원 김광옥장학사의 학력고사 정답유출사건은 고사출제관리의 보안상 허점 노출 뿐아니라 교육부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드러나 경원학원이나 광운대 등의 입시부정과는 또다른 차원의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그러나 지난달 20일 김씨에 대해 범행을 시인하는 선에서의 단 한차례 감찰조사만 벌였을뿐 지금까지 정확한 정답유출경로조차 파악하지 않은채 사건을 방치해 오다 오병문장관의 담화발표 다음날인 17일에야 뒤늦게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답유출=감찰조사결과 김씨는 출제위원들이 정답표 작성을 완료한 1월24일부터 27일사이 정답표를 고사장숫자(1백50개)만큼 복사하면서 1장을 빼돌렸다.
김씨는 빼돌린 정답표(27개과목 34페이지)를 심야시간을 이용,함양의 집에 전화를 걸어 3일간에 걸쳐 알려준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출제본부(팔레스호텔 3∼7층)내 보안용 전화를 사용했는지,자신이 별도로 휴대한 핸드폰을 사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함양은 시험당일 정답을 적은 메모지를 숨겨가 커닝형식으로 답안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추가범행 의혹=함양은 올 전기대에서 충북대의학과를 지원,3백8점의 우수한 학력고사성적을 냈으나 내신성적이 워낙 낮아 합산점수의 합격선 미달로 불합격됐다.
이에 따라 전기대 입시에서도 출제관리업무를 한 김씨가 같은 수법으로 정답을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함양이외의 수험생에 대한 여죄가능성도 커 보인다.
◇교육부 은폐의혹=교육부는 지난달 13일께 순천향대의 한 관계자로부터 『내신성적이 최하위권인 학생이 3백39점의 학력고사성적을 냈다』는 제보를 받아 같은달 15일부터 이 대학 입시관리실태조사를 벌여 함양이 전국 수석의 고득점을 내고도 스스로 합격을 포기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함양의 어머니 한승혜씨(51)를 추궁한 끝에 지난달 29일 장학사 김씨와의 공모사실을 밝혀내고 김씨로부터도 범행을 시인받았다.
그러나 「한씨의 간청을 받아 전화로 정답을 알려줬으며 불합격처리돼 사례금은 받지 않았다」는 자술서 1장만을 받고 귀가시켰고 이후 추가조사를 하지않은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측은 특히 『김씨가 다음날 사표를 내고 잠적,추가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본사취재팀 확인결과 김씨는 16일까지 서울 상계동 공무원아파트 자신의 집에 머무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측 은폐의혹=한편 순천향대측도 합격사정과정에서 함양의 터무니없는 고득점 사실을 적발했으나 부모에게 입학포기권유를 해 불합격처리한뒤 교육부나 수사기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 한 관계자는 『공식석상에서 전국수석까지 차지한 함양의 문제가 거론조차 된 일이 없다』며 『학교측 인사와 함양의 아버지(한서대 함기선이사장)와의 친분때문에 덮어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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