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니당 된 민주 박상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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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박상천 공동대표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당내에선 소속 의원들이 이탈하고, 당 밖에선 '대통합신당(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참여를 종용하는 이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24일 김효석.이낙연.신중식.채일병 의원이 당을 떠나 대통합신당에 합류했다. 여기에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차남 김홍업 의원,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도 25일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또 김한길 공동대표가 이끄는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 20명도 대통합신당에 합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2의 분당(分黨)'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들이 당을 떠나면 통합민주당은 의원 수 9석의 '초미니 정당'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박 대표의 입지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안팎의 압박에 대해 박 대표는 일단 '정면 승부'를 택한 것 같다. 그는 이날 전북 당원 간담회에서 "민주당에서 개별적으로 탈당을 결행한 사람들은 도의적.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불쾌해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종필 대변인도 "대통합이란 미명 아래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투항한 것은 추악한 배신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김홍업 의원의 탈당 소식이 전해지자 당내에선 "DJ가 분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표는 "현재와 같은 '잡탕 식' 정당으로는 대선 필패(必敗)가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당분간 민주당을 고수하면서 당 외부에 꾸려지는 대통합신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나선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몸값'을 올리며 협상을 이어간 뒤 합류하는 전략이다. 여기엔 "어떤 후보 측도 50만 민주당원과의 연합 없이는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박 대표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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