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시름하던 중기, 이렇게 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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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하이텍 이현우 부사장(맨 오른쪽)이 신제품인 SUV 캠을 들고 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폐쇄회로 TV와 병원 시스템을 수출하는 유호하이텍은 지난해 위기였다. 일본 수출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원-엔 환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환율이 1100원 대일 때 거래를 시작한 일부 품목은 원화로 따진 가격이 30% 이상 떨어지는 효과가 나 적자를 감수하며 수출해야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엔저 손실을 극복하려고 지난해 말 6억원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한 것이 주효한 때문이다. 올 초 출시한 SUV 캠(휴대용 소형 비디오 레코더)은 엔화 대신 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새로운 거래처도 뚫었다. 시장 반응이 좋아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매출(35억원)을 넘어섰다. 이현우 부사장은 “신제품 개발은 돈이 들고 리스크도 크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환율 하락을 위기로만 보지말고 기회로 삼자고 직원들을 독려한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채산성이 나빠져 중소 수출업체들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내놔 공격적으로 대처하고 씩씩하게 활로를 개척하는 곳도 적잖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HST는 이달 말에 나올 신제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 업체의 주력제품은 와이퍼 블레이드. 아연과 알루미늄 등 원자재값이 폭등하고 환율까지 떨어져 올들어 수익률이 급감했지만 천수답처럼 환율이 오르기만을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기존 와이퍼보다 두세 배 비싼 ‘평면 와이퍼 블레이드’를 개발해 지난달 특허 등록했다. 시제품에 대한 바이어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이시복 부사장은 “기존 제품으로는 바이어에게 가격인상을 요구하기 힘들지만 신제품은 환율과 원자재 값 인상 분을 충분히 얹어서 가격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창호용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3G테크놀로지도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일본 수출이 70%를 점하는 이 업체는 최근 원-엔 환율 때문에 일부 바이어와의 거래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초 출시할 신제품인 ‘지능창호’에 희망을 건다. 리모콘이나 휴대전화로 여닫는 디지털 창호다. 이장우 대표는 “시대와 환경 탓을 해봐야 뭣하느냐”며 “중소업체는 상황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는 게 생존술”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의 박필재 연구원은 “환율 하락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 정부 지원에 목을 매는 경영 방식으로는 난국을 이겨낼 수 없다”고 말했다. 원론적이지만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 디자인 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이 근본 해법이라는 것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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