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짜 해외 박사' 조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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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전국 대학 교수들의 가짜 학위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취득한 가짜 박사학위가 대학 교원 임용 등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는 연구나 교육활동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존재 여부 또한 불분명한 해외 대학에서 취득했다고 주장하는 엉터리 학위를 가려내기 위한 것으로, 국공립.사립대의 인사부서가 대상이다. 조사 결과는 올 가을께 나올 예정이다.

해외에서 가짜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은 학위 제조공장을 의미하는 '디그리 밀(DM)'로 불린다. 미국.중국.영국.호주 등의 비인가 교육기관 중 DM이 많다. 일본에서는 최근 대학 안내책자의 교원 소개란에 DM으로 보이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학위가 충분한 검증 없이 그대로 게재되는 사례가 있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수년 전 미국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오리건주 등지에서도 DM 학위가 대학 교직원 채용과 취직에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라 사회문제가 됐다.

DM에서는 손쉽게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이름과 주소.경력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대학에 우송하고 등록금을 은행계좌에 입금하면 된다. 이런 대학들은 수업 대신 사회경험과 자격증 등을 학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학위를 준다. 논문을 제출하거나 소정의 통신교육을 이수해야 학위를 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정식 학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DM은 수시로 사무실을 이전해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많은 데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블랙리스트가 없어 DM에서 발급한 엉터리 학위를 증명하려면 해당국 정부에 개별적으로 조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DM 문제가 확산되자 유네스코는 최근 '저질 교육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각국의 정식 인허가 대학을 소개하는 리스트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이번 조사에서 ▶교원 채용이나 승진 심사에서 DM으로 보이는 대학.기관의 학위가 접수된 경우와 ▶입학 안내 자료와 학교 홈페이지에 기재된 학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문부과학성의 한 관계자는 외국 박사학위 실태 조사에 대해 "엉터리 박사학위가 공공연히 통용되는 상태를 방치하면 대학교육의 신뢰를 실추시킬 수 있다"며 "대학 측의 확인 작업을 가능한 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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