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빅2 경쟁 과열 … 합동연설회 일단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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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관리위는 경선 과열을 우려, 24일 예정된 광주.전남 지역의 합동연설회 등 12차례 연설회 일정을 모두 중단키로 23일 결정했다. 이명박.박근혜 경선 후보가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질서 유지 대책을 마련한 뒤 일정을 재개키로 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 측이 이 후보 측의 '사당화(私黨化) 기도'라고 규정하며 강력 반발, 정치적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오후 회의 뒤 "22일 제주 합동연설회장의 분위기가 걱정스러워 현장에서 일차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며 "작은 규모였던 제주가 그 정도면 앞으론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어 일체의 합동연설회를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이명박.박근혜 캠프의 자제와 재발 방지 서약을 받고, 질서 유지 대책을 마련한 뒤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덧붙였다.

선관위의 결정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경선 과열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22일 제주 연설회 이후 당내 곳곳에선 "이대로 가다간 경선도 못해 보고 자멸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동연설회의 연기를 요청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제주 합동유세장에서 (양 캠프는) 경선관리위가 정한 사실상 모든 규칙을 위반했고 지지자들 간 충돌사태까지 일어났다"며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와중에 일어난 이런 경선 모습에 국민이 등을 돌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이명박 후보 측은 '당연하다'는 반응인 반면 박근혜 후보 측은 '한심한 결정'이라고 반발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 후보 측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제주에서 약간의 혼란을 침소봉대해 천재지변도 아닌데 일정을 중단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홍사덕.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 주재로 연 캠프 긴급회의에서도 "박 후보의 상승세를 끊는 (이 후보 측의) 얄팍한 전략으로 과거 건설사가 입찰할 때 쓰던 비겁한 방법이다"(허태열 의원) 같은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두 위원장은 24일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경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안타깝지만 재발 방지 대책이 있어야 일정을 재개할 수 있다"며 "반칙을 동원해 연설회를 방해하고 한나라당 얼굴에 먹칠을 한 데 대해 (박 후보 측에)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박 후보 측을 겨냥했다.

고정애 기자

◆빅2 과열 현장=첫 합동연설회가 있었던 22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이 후보 측 일부 지지자들이 국민선거인단석 앞 자리를 차지하자 박 후보 측 지지자들이 반발하면서 욕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소동은 한 시간 이상 지속됐다. 소동은 이 후보의 연설 때 재연됐다. 박 후보 측 일부 지지자들이 "땅땅땅" "그만 내려와" 등 고함을 치자 이를 제지하려는 이 후보 측 지지자들과 박 후보 측 지지자들 사이에서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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