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대화」로 부부애 키웠죠|3년간 천여통 교환|윤경호·정문숙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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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치과의사 윤경호씨(45·새한병원)와 부인 정문숙씨(40)는 가정의 행복을 이끄는 부부상담사. 부부간의 갈등으로 겪어야 했던 혹독한 시련을 끈질긴 「편지대화」로 극복한 이들은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설득력있는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서울대 치의대를 나와 81년부터 새한병원에 재직해 온 윤씨가 느닷없이 부인과 함께 상담사역할을 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그들 부부의 「풍부한 불화의 경험과 파경직전에서 위기를 극복한 지혜로운 방안」이 밑천이 됐다. 이런 경험을 통해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들을 돕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76년 친구의 동생과 중매반 연애반으로 결혼한 윤씨는 87년까지 11년동안 부인과 「바람잘날 없는」 불안한 부부생활을 해 왔다. 1년반쯤 사귀다 결혼했다는 이들은 결혼후 곧 자신들이 상대를 잘못파악하고 선택했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렸고 이 생각은 고부간의 갈등등 문제가 있을 때마다 더욱 악순환의 결과를 초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말다툼에 지쳐버린 이들은 『차라리 이혼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때마침 천주교단에서 실시하는 「부부일치운동」(전국ME가족모임) 프로그램이 결혼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 부부화합에 도움이 된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물에 빠진 사람지푸라기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87년 2박3일간 이 운동 합숙일정에 참여했다는 것.
윤씨 부부는 이곳에서 오랜만에 진지하고 긴 부부간의 대화를 가지고 다른 부부의 사례등을 접하면서 점차 『아, 내가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를 깨닫게 됐고 이곳을 나온 이후 서로를 아는 노력의 일환으로 매일 편지쓰기를 시도했다.
이들은 87년 12월6일부터 꼬박 3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1천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방법은 두사람 모두시간이 여유가 있는 밤10시쯤 제목을 정해 각자 상대에게 편지를 쓰고 얼마후 서로 바꿔본 후 이에 대한 자기의 느낌을 토로하도록 했다.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다보니 상대방에 신뢰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1백여통을 쓰고 난 후부터는 한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닯아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이들은 이제 어느 부부보다 화기애애한 부부애를 자랑하게 됐다.
그런만큼 자신들이 받은 「하나님의 은혜」를 주위사람들에게 나눠 줘야한다는 생각에 진료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일부 교육원·교회·방송의 부부상담세미나나 프로에 상담사로 나가 무료봉사하고 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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