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문화 배려하는 21세기형 해외선교 필요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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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03면

한국 개신교의 해외선교는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200여 개 국가에 1만6000여 명의 선교사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둘째로 많다. 이는 무엇보다 지난 1970, 80년대 고도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급속하게 성장한 개신교의 교세에 기초한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세계화 추세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의 자유화로 가능해진 배경도 있다.

이 같은 열성적 해외선교는 한국 개신교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선교 사명을 그만큼 충실하게 실천한다는 신실한 신앙심의 문제로 이해될 수 있다. 중국 대륙이나 동남아 국가들 같은 비(非)기독교권에서의 선교뿐만 아니라 중동과 중남미 등과 같은 이슬람·가톨릭권에서의 선교활동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순교적 신앙심이 아니고서야 어찌 가능하겠는가 싶을 정도의 드라마 그 자체다.

하지만 이 열정적 선교방식은 현지에서 심각한 문화갈등과 문제를 낳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국 개신교의 해외선교 방식과 논리가 극단적일 정도로 ‘기독교 우월주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독교 우월주의는 기독교만의 정체성과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한 자기존재 의식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우월주의가 (흔히 그러하듯) 배타주의나 정복주의와 맞물리게 될 때, 선교 대상이 되는 국가나 사회의 종교문화는 존중이나 인정의 대상이 되기보다 열등하고 천박한 것으로 폄하된다. 이 경우 일방적인 주입식 선교가 행해지게 된다. 그 때문에 해당국 정부와 사람들로부터 반감을 사게 되고 때로는 이번 아프가니스탄 억류사태와 같은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도 된다. 한국 개신교의 해외선교 모두가 이에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이 혐의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교회 측은 ‘신자들의 파송 목적이 선교가 아닌 순수한 봉사활동’이었다고 주장한다. 분당 샘물교회의 경우 봉사 차원의 활동을 많이 해온 것으로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 근간에는 기독교 우월주의가 깔려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한편 방법론적으로도 한국 개신교 선교방식은 지난 70, 80년대 한국식 근대화의 특징이었던 ‘하면 된다’는 식의 소위 돌진형(pushy) 방식에 매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점차 이 방식을 통해서는 더 이상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교가 불가능해진다. 정보화와 지구화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 시대에 때로 무모하기조차 한 작금의 돌진식 선교방법은 지양되어야 한다.

시대는 크게 변했다. 싫든 좋든 21세기의 우리는 종교문화 다원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순수한 신앙심의 발로일 수 있지만, 그것이 배타주의적 또는 정복주의적 우월주의에 기초하게 될 때 신앙심의 순수성은 훼손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하듯이, 새로운 선교방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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