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압력서 “탈출”속셈/북한,10대 강령제안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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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존·공영”등 유화적 주장… 적극대화 시사/NPT탈퇴 번복위한 명분쌓기용 분석도
북한이 7일 최고인민회의 첫날 회의에서 「민족대단결 10대강령」과 「4대 요구사항」을 내놓은 것은 핵문제를 뒷전으로 돌리고 민족 내부문제에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국제적인 압력을 줄여보자는 속셈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국제적인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북한이 민족의 대단결과 적극적인 남북교류를 주창하고 나선 것 자체가 우리 정부에 대해 유관국들과의 연대체제 모색을 중지하고 이른바 「민족자주적 입장에 서야 한다」는 의사표시로 봐야할 것 같다.
특히 북한이 「공존·공영·공리의 도모」를 주장한 것은 종래에는 표방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민족복리」「공존공영」등 우리측이 대통령 취임사 등을 통해 밝힌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원론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한의 새정부 출범과 때맞춰 적극적인 남북대화를 추진하려는 의지표시로 풀이된다. 강성산총리가 보고에서 김영삼대통령의 취임사를 인용하면서 민족간의 화해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10대 강령은 그 내용에 있어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나 표현은 매우 유화적이다.
종래에도 민족의 단결을 전술적인 차원에서 주장하기는 했으나 민족대단결을 강령으로 구체화한 것은 처음있는 일로 특히 남북관계 면에서 「북침·남침·승공·적화에 대한 우려를 없애고…」라고 한 것은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이후 대화체제 유지를 위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일체의 정치적 논쟁을 중지하고 단결하자」고 말한 것은 앞으로 남북한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핵문제나 남한조선노동당 간첩단사건 등을 거론치 말고 남북관계에 보탬이 되는 내용들만 다루자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요컨대 북한은 남한의 새정부 출범에 발맞춰 「민족대단결 10대강령」을 발표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새로운 국면전환 의지를 보이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동시에 강성산총리의 보고를 통해 남한측에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등 4가지를 남한측에 요구한 것은 역시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대남전술 면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남북관계에 급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은 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10대 강령과 4대 요구사항을 들고나온 것은 NPT탈퇴 번복을 위한 명분을 찾으려는 포석으로 보여진다』면서 『북한의 후속조치를 더 지켜봐야만 남북관계도 새로이 점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김일성주석이 큰 틀에서 융통성있게 민족대단결을 언급했기 때문에 앞으로 후속조치가 잇따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방법도 큰 관심거리다.<박의준기자>
◎전 민족대단결 10대강령
①전민족의 대단결로 자주적이고 평화적이며 중립적인 통일국가를 창립해야 한다.
②민족애와 민족자주 정신에 기초하여 단결해야 한다.
③공존·공영·공리를 도모하고 조국통일위업에 모든 것을 복종시키는 원칙에 단결해야 한다.
④동족 사이에 분열과 대결을 조장시키는 일체의 정치적 논쟁을 중지하고 단결해야 한다.
⑤북침과 남침,승공과 적화에 대한 우려를 다같이 없애고 서로 신뢰하고 단합해야 한다.
⑥민주주의를 귀중히 여기며 주의 주장이 다르다고해 배척하지 말고 조국통일의 길에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한다.
⑦개인과 단체가 소유한 물질적·정신적 재산을 보호해야 하며 그것을 민족대단결을 도모하는데 이롭게 이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⑧접촉·왕래·대화를 통해 전민족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며 단합해야 한다.
⑨조국통일을 위한 길에서 북과 남,해외의 전민족이 서로 연대성을 강화해야 한다.
⑩민족대단결과 조국통일 위업에 공헌한 사람들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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