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對北관계 기상도는] 북한 내부 사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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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김정일 정권은 체제를 강화하면서 폭넓게 경제개혁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안보불안 및 경제난이 지속되는 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통해 정권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장기간의 경제난으로 당 및 사회통제 조직이 약화된 상태에서 군은 유일한 체제유지 수단이기 때문이다. 2003년의 경우 총 활동의 70% 정도를 군 관련 현지지도에 치중한 김위원장은 2004년에도 군관련 활동을 중시하면서 사회전반에 대한 '군풍(軍風)확산'에 주력할 것이다.

한편 후계자가 결정될 경우 '권력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후계자를 조기에 가시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7차 당대회'도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안보불안의 해소와 경제발전 계획 수립에 필요한 자금확보로 안정적인 당체제가 구축되지 않는 한 개최되기 어렵다.

2004년은 김일성 사망 10주기, 김정일 당사업 시작 40주기라는 점에서 김일성의 경제관련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전향적 경제정책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대외부문에서는 기존의 개방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신의주 등 특구정책의 성공을 위한 각종 제도정비가 이뤄지는 가운데 이른바 북한식 수출산업의 육성에도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특히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안착시키기 위한 추가적 개혁조치들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기업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독립채산제의 실시가 더욱 강조되고, 적자기업들의 통폐합이나 강제 정리와 같은 구조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또 경제난으로 점증하고 있는 주민들의 사적 경제행위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개선도 부분적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이 불법적으로 개간한 텃밭이나, 심지어는 협동농장의 토지 일부에 대한 사적인 점유권을 인정하는 대신, 그 토지를 대상으로 일정한 식량생산 책임을 부과하는 북한식 가족생산 책임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 조치들과 병행해 기존의 계획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 역시 지속될 것이다. 대규모 연합기업소와 중공업 부문에선 계획경제를 다시 적용하려고 시도할 것이며, 점증하고 있는 사적 경제부문을 계획부문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토대로 이용하려는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 북한경제가 본격적인 시장경제로 진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오히려 1954년 이전의 북한경제에서 나타났던 것과 같은 시장과 계획이 공존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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