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맞은 장묘담당 공무원|서울시청 박태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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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5일 한식 성묘를 맞아 묘지 관리등에 남다른 정성을 쏟는 공무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청 유일의 장묘 담당자인 박태호씨(41·사회과).박씨는 길어야 1년, 짧으면 3개월이라는 시청 장묘담당 자리를 91년 2월 부임후 지금까지 만 2년이 넘도록 군말없이 지키고 있다.
그가 장묘업무에 이처럼 애착을 갖는 것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묘지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 때문.
전국적으로 매년 여의도만한 땅이 묘지로 잠식되는 마당에 수수방관 할 수 없다는 것이 박씨로 하여금 음지에서도 보람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다.
용미리·망우리등 시팁묘지를 매주 두세차례 꼭 찾는 박씨는 이곳에 자리잡은 10만여 분묘의 위치나 보존상태를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히 꿰고 있다.
이들 분묘중 특히 박씨가 관심을 갖는 곳은 산여기의 「집단 무연고 분묘」
1백여평 남짓한 묘역에 두줄로 나란히 위치한 이들 분묘에 안치된 시신은 총 6만6천여구.
이중 1기는 무려 4만5천29구의 시신을 담고있는 기네스북감으로 70년말 시립 언주묘지 (현 강남구 언주로 인근) 에서 이장된 것이다.
나머지 분묘 역시 같은 시기에 시립 신월·신사·학동·명일·신림·방이·신사리(현 은평구 신사동) 공동묘지에서 옮겨온 것.
당시 무연고 분묘가 대량으로 발생한데 대해 박씨는『형편이 어려원 분묘개장 공고를 보고도 가족등이 모른체 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추정했다.
박씨는 그러나 장묘담당자답게 『이들 분묘가 무연고인 점은 안타깝지만 묘지난 해결책을 단적으로 시사하고 있다가『최소 면적에 최대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서는 납골당 이용등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박씨는 시한부 묘지제를 처음 제안, 제도화 하기도 했다. 지난 2월부터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한부 묘지제는 매장후 15년이 지나 유족의 뜻을 불어 분묘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납골당으로 옮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죽어 한줌의 흙이 되는 것을 늘 접하다보니 웬만한 잔 욕심은 버리게됐다고 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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