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압둘 칼람 아름다운 '빈손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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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있는 선물은 받지 마십시오. 그리고 훌륭한 도덕적 가치를 가진 가정을 꾸려 나가십시오."

지난 5년 동안 부강한 인도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던 A P J 압둘 칼람(76.사진) 대통령이 25일 퇴임을 앞두고 국민에게 한 당부다. 그는 19일 4896명의 선거인단이 그의 후임을 뽑기 위한 선거를 시작하자 수도 뉴델리의 이슬람문화센터에서 고별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선친의 가르침을 언급하면서 "목적 있는 선물을 받기 시작하면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성스러운 마음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칼람 대통령은 재임 기간 스스로 청렴하고 검소하게 살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강연에서 "어제 유명인사 한 분이 저에게 펜 두 자루를 선물했는데 저는 유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이를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무소유와 청렴한 공직 생활을 하다 보니 그는 떠날 때도 빈손이다.

인도 유력지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19일 델리의 라슈트라파티 바완(대통령궁)을 떠나는 칼람 대통령의 짐은 옷 가방 두 개와 책 꾸러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5년 전 옷 가방 두 개를 들고 대통령궁에 들어왔고, 이제 그것을 들고 떠납니다. 내게 남은 소망은 2020년까지 인도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그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금욕으로 일관했다. 채식주의자에 이슬람 전통을 지켰으며 청렴과 절제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는 퇴임 뒤 고향인 타밀나두로 돌아가 안나 대학에서 공학을 가르칠 계획이다.

칼람 대통령은 남부 타밀나두 주에 있는 작은 섬의 가난한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로켓공학을 전공한 과학자 출신으로 인도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렸다. 그가 인도 과학 발전을 위해 한 일은 엄청나다. 인도 최초의 위성 발사와 탄도 미사일 개발, 핵실험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2001년 인도 최대 정당인 국민회의가 국가를 위해 봉사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대통령이 됐다.

그의 대통령직 취임은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비주류인 무슬림 출신인 데다 독신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정치보다는 경제, 특히 정보기술(IT) 육성에 정책의 최우선을 둔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국가의 부는 결국 과학기술에서 온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흥을 제도화하고 와이프로.인포시스 같은 거대 IT 기업을 키웠다.

그의 인생 역정과 철학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자서전 '불의 날개'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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