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생생한 지도·그림 … 비주얼 중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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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틀라스 중국사
박한제 외 지음, 사계절, 239쪽, 2만7000원

 시간에 따라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의 무대인 공간에 눈을 돌리는 이는 비교적 적었던 게 사실이다. 역사와 지리를 따로 사고하는 습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현장이 아닌 관념 속에서만 역사를 대하는 데 익숙했던 탓일까.

 이 책은 지도와 함께 중국사를 항목별로 서술하고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지도와 함께 시대를 반영하는 유물과 그림이 꼼꼼하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비주얼 중국사’인 셈이다.

 명·청 교체기인 광해군 당시 명의 요청을 받고 마지못해 출병한 조선군이 만주에서 어떤 경로로 행군하고 어디에서 후금과 싸웠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처럼 쉽게 보기 힘든 자료가 한둘이 아니다. 왜구가 중국 동남부 복건성의 해안은 물론 내륙 깊숙이 들어가 노략질한 것을 지도로 자세히 나타낸 것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신석기 문명에서 개혁·개방의 현재까지 중국사를 서술하면서 시각물을 정보 전달 도구로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 예로 몽골의 침략에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남부의 남인은 원나라 사회에서 비교적 일찍 점령당했던 북부의 한인에 비해 큰 차별을 당했다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내용을 평면적으로 서술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남인 거주지와 한인 거주지에서 인구 10만 명당 과거 합격자 숫자가 수십 배나 차이 나는 사실을 막대 그래프로 보여준다.

 콘텐트도 ‘신형’이다. 황하 일대에서 문명이 발흥해 주변으로 확산했다는 ‘황하 문명론’부터 거부한다. 기원과 계통이 다른 문화가 동아시아 일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이해하는 ‘다원적 신석기 문명론’을 강조한다.

 한림대·서울대·한국외대·인하대에서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들이 중국사를 시대에 따라 나눠 맡았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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