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호스티스 쫓아내지 마”(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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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 남성들 “순정의 눈물”/“동남아여성 순수한 마음 못잊어”/전별금들고 수용소면회 줄이어
불법체류로 적발된 외국인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기 위해 만들어둔 일본 법무성 출입국 관리국의 임시수용시설.
요즘 이곳엔 수용돼 있는 외국인 호스티스를 면회하기 위해 전별금까지 들고 찾아오는 일본인 남자들이 줄을 잇고 있어 특이한 사회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경 북구 니시가오카에 위치한 동경 출입국관리국 임시수용시설에 이같은 기현상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수용된 외국인 여성을 만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전별금을 준비해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곳에서 결혼 프로포즈를 하는 사람,눈물까지 흘리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7월 동경 스가모(소압)의 한 심야술집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필리핀인 호스티스 약 40명을 체포,이 시설에 수용했다.
그후 이 수용시설에는 60명이 넘는 일본인 남자들이 이들 호스티스를 면회하러 찾아왔으며,개중엔 4∼5차례나 다녀간 사람도 있다.
22세의 한 필리핀인 호스티스의 경우 「약혼자」 「애인」 「친구」라며 찾아온 사람이 17명이나 되었다. 나이는 20대에서 50대까지며 샐러리맨·농부·이발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다. 그중 한 사람은 『본국에 돌아가면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며 거금(?) 65만엔 (약 4백50만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받은 돈이 모두 1백15만엔(약 7백80만원)이나 된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불법체류로 적발된 외국인 호스티스는 89년 3천2백25명,90년 2천6백2명,91년 3천5백18명으로 그중 절반이 태국·필리핀 출신이다.
92년 이후의 통계는 아직 집계돼 있지 않으나 증가추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러시아 여성이 처음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수용시설을 찾은 한 일본인 남자는 외국인 호스티스에 대해 『돈을 노리고 만나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여성들에 비해 마음이 순수하고 착하다』며 『직장일이라든지 여러가지 어려운 일에 귀기울여 줄때 무척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나고야(명고옥)·후쿠오카(복강)·오사카(대판)의 수용시설에도 수용된 외국인 호스티스를 찾는 일본인 남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이한 사회현상에 대해 일본의 사회평론가 아카쓰카 유키오(적총행웅)씨는 『외국인 호스티스들은 생활고 때문에 일본에 왔다. 되도록이면 빨리 많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본 남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일본 남자들은 이러한 여성들로부터 순수함을 느끼며 이들이 일본여성보다 마음씨가 좋다고 착각하게 된다』며 『일본 남자들은 요즘 조금 친절히 대해주면 넘어가 버리는 경향이 많다』고 분석한다.
힘든 조직사회생활과 가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속에서 일종의 고독감을 느껴온 일본 남자들이 술집에서 만난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 호스티스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해주고 마음의 위안을 얻으며 순정을 느끼게 된다는 게 요즘 일본사회의 한모퉁이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사회현상의 줄거리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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