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회생」 집중논의/미·러 정상 왜 만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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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경제 위해서도 러 안정 필수/클린턴 “자선아닌 미래위한 투자”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3,4일 이틀간 정상회담을 갖는다.
클린턴대통령 취임이후 첫대면이 되는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가 러시아 경제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집중될 것이다.
물론 구소련을 대신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는 세계 제2의 강국이라는 점에서 두나라 정상간에는 보스나문제·이라크문제 등 지역안보 문제와 전략핵무기 감축문제를 논의할 것이나 주된 주제는 경제원조의 규모·시기 등이 될 것이다.
한국의 관심은 두 정상이 만났을 때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을 것이냐라는 점이나 현재의 분위기로는 한반도 문제는 논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북한핵 문제의 1차 관심국가가 미국·중국·일본·한국 등으로 국한되어 있고 러시아의 경우 이미 북한에 대한 정책적 지렛대를 상실한 상황이어서 옐친 자신도 북한핵에 대해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정상간에 북한핵 문제가 거론된다 해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탈퇴하는 것은 국제 핵확산 위험으로 보아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도의 일반적 언급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이 표면적으로 보면 옐친이 클린턴에게 아쉬운 부탁을 하는 입장인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도 러시아가 정치적 혼돈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이다.
클린턴은 러시아를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자선행위가 아니라 미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하고 있다.
클린턴은 91년 여름 소련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을때 『만일 강경 보수파가 집권하게 된다면 나는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소련 정권이 강경파로 회귀하게 된다면 미국의 민주당이 설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고난뒤 클린턴은 강력한 국내경제 회복책을 제시하고 있고 이러한 경제정책은 국방비 삭감없이는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내란 상태로 빠지거나 보수파가 집권할 경우 미국은 다시 국방비에 막대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럴 경우 클린턴이 약속했던 국내경제 회복은 물건너갈 수 밖에 없다.
옐친으로서는 러시아가 겪고있는 경제적·정치적 어려움을 미국의 후원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다급한 입장에 놓여있다.
따라서 두 정상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도움을 주고 받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미국은 서방선진7개국(G7)과 협력하여 러시아에 대해 3백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조지 부시대통령 시절 G7국가들과 공동으로 러시아에 대해 2백4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약속을 했으나 이 약속은 반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이러한 지원계획을 발표한다 해도 과연 이것이 약속대로 집행될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가 따르고 있다.
옐친의 경우 러시아내에서 일고 있는 민족주의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소위 구걸외교를 벌였는데 이의 집행이 안될 경우 국내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반면 클린턴은 미국민들에게 러시아 국민을 위해 세금부담을 더하자는 설득을 해야 할일이 남아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80%의 미국민들은 러시아 원조를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두 정상은 모두 국내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자리를 같이 하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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