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멈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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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일본 니가타(新潟)현 지진 여파로 일본 내 모든 도요타자동차 공장의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도요타가 자랑해온 적기(just in time) 생산방식이 진도 6.8의 지진 앞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도요타는 19일 “부품 공급업체인 ‘리켄’의 니가타 공장이 지진으로 생산설비가 손상돼 부품 공급이 불가능해졌다”며 “오늘 오후부터 20일까지 일본 내 15곳 공장의 조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리켄은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 링의 경우 일본 시장의 50%, 실링이라고 불리는 변속기 부품은 70% 점유율을 차지하는 업체다.

 도요타는 23일부터 조업 재개에 나설 계획이지만 리켄의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다음주 조업 재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요타가 하루 조업을 중단하면 약 1만5000대를 감산하게 된다.  

올해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 등극한 도요타로선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계열사인 다이하쓰공업까지 포함하면 조업 중단에 들어간 공장은 30개에 달한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자동차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혼다는 주력공장인 미에현 스즈카(鈴鹿)제작소의 생산을 이번 주말까지 중단한 후 23일 이후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三菱)자동차도 20일부터 생산을 순차적으로 중단하며 스즈키자동차는 19일부터 사흘간 국내 5개 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또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는 히노자동차, 미쓰비시 후소 트럭 등도 조업 중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 생산 공장의 70%가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재고를 최대한 줄이면서 수익 확대를 추구해 온 일본 자동차 업계의 리스크가 부각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도 “연간 생산규모 49조 엔으로 일본의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달하는 일본 자동차산업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JIT방식=도요타 등 일 자동차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도입한 생산방식. 부품 재고를 최대한 줄이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납품받는 ‘Just in time’의 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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