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좋아하는 강인한 독일인들(특파원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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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독일은 누가 뭐래도 스포츠강국이다. 역대 올림픽 메달획득수는 구소련·미국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고 지난해 바르셀로나 여름올림픽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중 하나인 축구의 경우 독일은 세번이나 월드컵을 제패했다.
독일인하면 보통 강인하다는 인상을 받에 되는 것은 그들이 1,2차 세계대전 발발국이며 폐허의 잿더미속에서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부흥을 이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운동을 잘하는데에도 기인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우선 걷기를 좋아한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닌다. 걸어서 시장에도 가고 애들을 학교나 유치원에도 바래다 준다. 산보하면서 젊은이들은 데이트를 하고 노인들은 사색을 한다. 독일인들은 달리기도 좋아한다. 뚱뚱보 중년남자나 각선미 늘씬한 처녀,노인,어린이 할것 없이 모두가 달린다. 도심에서건 한적한 시골길에서건 곳곳에서 달리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도 달리고,추운 겨울 아침에도 허연 입김을 토해내면서 달린다.
독일인들은 또한 자전거를 많이 탄다. 학생들 등하교는 물론 국회의원이나 장관들도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사람이 많다. 건강에도 좋고 환경보호에도 좋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일 어디를 가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독일인들이 이렇게 걷고,뛰고,자전거를 타고 으레 들르는 곳곳의 공원이나 놀이터에는 어김없이 탁구대·철봉 등 운동시설이 돼있다.
독일 사람들이 이처럼 극성스럽게 운동을 하는 이유도 자연환경 때문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등 배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11월에서 2월까지 몇개월동안 햇빛나는 날을 손꼽아 셀 수 있을 정도로 계속 음습하고 기압이 낮다. 얼마전 베를린을 방문했던 김대중 전 민주당대표의 표현처럼 「기분 나쁘게」 춥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저혈압이나 신경통·피부병 등에 걸리기 쉽다.
독일인들이 나쁜 기후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수천년을 말그대로 「달려와」 오늘날 강건한 국민체력이 형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몇백m 걷는 것이 싫어 차를 타는 우리의 습관적 운동부족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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