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화가 이철수씨 선화로 변신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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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0년대를 풍미한 대표적 민중미술가인 이철수씨(39)가 선화로 변모한 그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돼 관심을 모은다.
30일부터 4월10일까지 서울 (학고재) 부산 (월드화랑) 광주 (갤러리아그배) 대구 (기림갤러리)등 네 곳에서 일제히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선화가 80년대 후방 이후 표류하고 있는 민중미술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관객들로부터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강렬한 목판화 작업을 해오단 이씨가 선화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88년 여름부터다. 운동권 내부의 갈등을 경험하며 민중미술에서도 새로운 방향모색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 그는 선화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타진해가다 90년 『해인』지에 「판화마당」을 연재하며 선화에 본격적으로 심취해갔다.
그가 처음 선화를 발표한 것은 90년 가을 서울·대구· 전주에서 열린 제5회 개인전. 당시만해도 현실비판적인 민중미술의 특색이 작품에 남아있었다.
3년만에 다시 마련된 이번 개인전은 종래의 현실 비판적인 특색이 자취를 감춘 대신 생활속에서 만나게 되는 일상적 소재들을 더욱 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 10년간의 산골 생활을 통해얻은 바람·소리·햇살·물등 자연의 서정을 담으면서 생활 주변의 소나무·포플러· 꽃· 새· 닭· 집등을 함께 등장시킨 1백점을 선보인다.
전시회와 함께 작가론·작품평이 수록된 도록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1백68쪽·1만5천원)가 도서출판 학고재에서 출판된다.
이씨는 도록에 『민중미술이라는 말이나 자본이라는 말 또는 노동, 착취라는 말로 너무 쉽게 너와나를 갈라세우는 단순 소박한 논리에 나를 맡져둘수 없게 됐다』면서 『그 행간에나 그 말이 못미치는 자리에도 허다한 삶이 있으며, 그 논리에 스스로를 맡기고 무너져버린 삶도 많을 뿐만 아니라 변혁운동도 그런저런 욕심에 기초할 수 있는 것임을 비로소 생각하게 됐다』고 썼다.
미술평론가 이태호씨(전남대 교수) 는 『간명한 서과 담백한 공간 운영, 적갈한 색채 처리가 달인의 경지에 오른 그의 목판간업 솜씨로 빛을 발하고는 있지만 깊은 감명을 주는데는 미흡하다』고 지적, 선화가 적극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전시회와 함께 서울(30일)ㆍ부산 (4월1일)ㆍ광주 (4월2일)·대구 (1월3일)에서 관객들과 함께 작가와의 대화도 열리게 돼 그의 변모에 대한 평가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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