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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예산 확충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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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도의 경우 소방 예산은 도 전체 예산의 4.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경직성이 강한 인건비가 57%에 달한다. 1993년 이후로 소방 기능이 시·도 기능으로 재분류되면서 비용을 기본적으로 시·도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시·도의 재정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보유세를 늘리고 이전세를 줄이는 과정에서 취득세와 등록세를 5%에서 3%로 감소시켰다. 반면 경기도의 경우 영·유아 보육 사업과 기초생활보장사업에 올해 2426억원을 부담, 2003년에 비해 236%가 증가 배정됐다. 경직성 복지비의 증가로 별도 소방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소방이 시·도의 기능으로만 돼 있어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도 외면하고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지 않고 사전적으로 예방 행정을 위해 소방 재정의 확충이 절실하다. 우선 기초생활복지를 중앙정부가 국가 최저한으로 책임을 지듯, 안전 최저한을 보장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소방 차량 노후율이 약 29%로 지난해 기준 전국 소방차량 6957대 중 내용연수(耐用年數)가 경과된 차량이 2040대에 달하고 있다. 안전의 최저 수준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노후 차량 교체에 대한 국가 지원은 필요하다.

 그리고 소방공동시설세의 확충이 필요하다. 소방공동시설세는 1961년 제정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으며, 소방세출의 32.4%만을 충당하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 늘어나는 소방 재정 수요에 대응하고 시·도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방공동시설세의 과표를 확대하고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화재를 유발시키는 유류·가스 등에도 부과해 과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율을 누진세율로 할 것이 아니라 최고의 단일세율로 상향 조정할 필요도 있다.

 한편 기초자치단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소방서비스는 현장에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수혜자는 시·군이 된다. 따라서 지역에 적합한 특수 장비를 구입하거나 소방서를 신설하는 경우 시·군에서 이를 지원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시·군이 무임승차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소방의 자구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광역행정체제에서 1시·군 1소방서의 원칙은 적합하지 않다. 소방관서가 없더라도 서비스는 제공되는 네트워크를 갖출 필요가 있다. 행정 인력과 현장 인력을 효율적으로 상호 연계해 활용하는 경영마인드도 필요하다.

 소방방재청이 신설돼 중앙에서 업무 효율화를 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다. 매년 태풍은 오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매년 유사한 반성과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바꿔진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