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REALESTATE] 강북 콧대 높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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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용산구 시티파크 전경.

서울 강북에 초고층 주상복합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3월 집들이를 한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에 이어 용산구 한강로 시티파크가 다음달 입주한다. 최고급 주거지의 대명사인 주상복합아파트촌이 강남에서 시작돼 목동을 거쳐 강북에도 형성되고 있다. 시티파크가 주인을 맞으면서 강남·북 주상복합촌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북 주상복합들이 개발 붐에 힘입어 강남 집들이 차지해 온 최고가 자리를 넘보는 것이다. 앞으로 초고층 주상복합 시장의 주도권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뚝섬 인근, 용산에 주상복합촌=2004년 3월 청약광풍을 일으키며 인기리에 분양된 시티파크가 3년5개월 만에 공사를 끝내고 다음달 집들이를 한다. 142~304㎡의 중대형으로, 최고 43층짜리 629가구다. 시티파크에는 분양가만큼의 웃돈이 붙었다. 9억4500만원에 분양된 1단지 181㎡가 현재 15억~16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맨꼭대기층에 2가구뿐인 304㎡ 펜트하우스(분양가 23억300만원)는 무려 40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신화공인 정훈 사장은 “올 들어 특히 고가주택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분양권 시세가 막상 입주를 앞두고 많이 오르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시티파크는 이미 입주해 있는 용산 일대 주상복합들과 함께 서울에서 넷째 초고층 주상복합촌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시티파크 옆에 파크타워(최고 40층·943가구)가 내년 10월 추가로 입주한다.

 2002~4년 강남구 도곡동에 타워팰리스 1~3차(최고 69층·2719가구)가 들어서며 초고층 주상복합촌의 효시가 됐다. 양천구 목동에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쉐르빌·현대하이페리온 등이 들어섰다. 하이페리온 인근에 트라팰리스(최고 49층·522가구)가 2009년 1월 입주 예정이다.

 소규모 주상복합들이 있던 광진구에도 3월 최고 58층짜리 더샾스타시티가 완공됐다. 1177가구의 대단지로 모든 가구가 공시가격 6억원을 넘겨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됐다. 광진구 한경공인 박노승 사장은 “스타시티와 시티파크 입주로 강남·목동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초고층 주상복합이 강북에도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강남 지고 강북 뜰까=현재 시세에서는 타워팰리스가 단연 돋보인다. 다른 지역의 대표적인 단지들에 비해 40~50% 더 비싸다. 타워팰리스 1차 224㎡가 31억원 선이다. 비슷한 크기의 시티파크·스타시티·하이페리온 등은 19억~22억원대다.

 하지만 스타시티와 시티파크 입주로 초고층 주상복합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에서 강남과 목동은 한계에 달했다. 대단지를 지을 만한 택지가 바닥났다.

 반면 뚝섬과 용산 일대에선 주상복합이 더 들어선다. 뚝섬 상업용지 4개 필지 중 2곳에서 428가구가, 용산 시티파크 인근에서 4개 단지 962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들 주상복합은 타워팰리스·시티파크 등과 품질에서 다르다. 거의 주거용이었던 기존 주상복합과 달리 상업·업무·문화시설 등의 비중이 크다. 편리성에서 한층 더 나아지는 것이다. 이들 시설은 주거용으로 쓰일 건물과 구분돼 들어설 예정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앞으로 더 개발될 여지가 없는 강남이나 목동은 숙성기, 용산이나 뚝섬 일대는 성장기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용산이나 뚝섬 일대는 한강르네상스 등 각종 개발 호재를 업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발 기대감으로 최근 몇 년 새 강북 주상복합이 강남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타워팰리스 1차 224㎡가 시티파크가 분양된 2004년 3월 이후 50% 가량 오르는 동안 시티파크 221㎡는 분양가의 80% 정도나 올랐다. 용산 시티공인 김수연 사장은 “용산이나 뚝섬 일대가 대규모 공원을 끼고 있는 데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교육 여건 등 주거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보여 집값이 상승할 여지가 아직도 많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쉽게 강남 집값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강남의 택지 부족은 기존 주택의 희소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며 “타워팰리스를 뒷받침하고 있는 강남의 주거 여건을 강북이 따라오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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