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도 수입품물결/국내 물건은 “바닥”/고가구·도자기·마차바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북한·중국 등지서 수집·거래
국내 골동품시장에서 중국 연변이나 북한산 등 외제(?) 골동품이 팔린다.
촌가의 앞마당에 흔하게 굴러다니던 질그릇·목가따위조차 눈을 씻고 찾아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자 골동품상들의 손길이 점차 국외까지 뻗고있는 것이다.
연변지역의 한인 골동품이 국내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올림픽 특수로 외국인 바이어들이 몰려들어 국내시장에서 골동품을 싹쓸이해가던 88년부터.
공급이 바닥난 상태에서 수요가 크게 늘자 고가구·목공예품·도자기 등에서부터 놋쇠그릇·문짝·마차바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연변 골동품이 들어왔다.
불경기에다 사정한파까지 겹쳐 골동품 수요가 많이 줄어든 요즘에도 중국을 드나들며 연변지역의 한인 골동품이나 교포를 통해 중국으로 들어오는 북한산 골동품을 수집하는 중개상이 10여명에 달한다.
국내산에 비해 질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국내 공급물량이 워낙 적고 국산과 똑같은 모양의 제품을 훨씬 싼값에 구입할 수 있어 운임을 고려하더라도 이익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골동품상들의 설명.
국내 골동품시장은 현재 인사동·장안평·청계천 등에서 각각 고가품·중급품·저급품 전문으로 세분화 돼있으나 연변 골동품은 주로 1백50여개 점포가 모여있는 장안평 골동품상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장안평상가에서 취급되는 연변 골동품은 10만∼1백만원대의 중급품이 대부분이며 주로 실내장식용으로 국산과 별 차이없이 팔린다.
『고물상들이 우연한 기회에 희귀한 골동품을 발견해 가져오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됐지요.』
장안평에서 골동품상을 하는 이승한씨(34)는 『조선시대의 밥그릇을 찾기위해 홍콩까지라도 날아가야할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풍부한 원목을 이용,우리 것을 모방해 만든 목기제품 등을 헐값에 판매해 외국 바이어들을 빼앗기고 있다고 골동품상들은 울상짓고 있다.<이훈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