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자본주의 본격 실험(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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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립대·상업TV에 사설탐정소도 등장/광고물량 늘자 방송사들 잇단 “전향”/신설 삼달대선 「시장경제」 우선 강의
방송매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사회주의에서 최초의 사립대학,자본주의 전유물로 간주돼온 사설탐정소의 출현 등 중국 상해가 본격적인 자본주의 실험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14전)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공식 채택한후 자본주의 물결의 선봉에 있는 상해에는 과거 공산체제하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신풍속」들이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정책과 함께 만개하고 있다.
지난 1월 동방TV방송국이 문을 열면서 상해방송업계는 이른바 「전파대전」으로 비유되는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동방방송국은 국유기업이지만 광고수입만으로 경영을 꾸려나가는 중국 최초의 상업방송국이다. 시민속에 파고들어 취재하는 파격적 르포,외국인들을 등장시켜 의견을 묻는 특집 등을 방송해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획으로 상해시민들로부터 급격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때문에 『저녁 8시에서 10시사이 「골든타임」의 광고예약이 5월까지 차있다』고 이 방송국의 무루이쩡(목단정)국장은 설명한다.
상해라디오의 독점체제에 상업방송인 동방라디오가 도전장을 들이밀면서도 라디오에서도 역시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방라디오는 청취자들의 기호와 흥미를 유발시키는 토크쇼를 개발,시민들로부터 호평받으면서 사세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말 중국 최초로 상해에서 첫선을 보인 유선방송의 출현도 「전파대전」을 가열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시청자들로부터 월 8원(한화 약 1천2백원)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CATV는 주로 영화와 연극을 방송,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상업성 전파매체들의 도전이 거세지자 지금까지 채널을 독점해온 관영 상해TV측은 이제부터 시청자의 목소리와 요구를 중시키로 방침을 정하고 2월부터 「모닝 와이드쇼」를 신설하는 등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상업방송들의 잇따른 출현은 광고수입이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 지난 한햇동안 상해기업들이 쏟아부은 방송광고료는 7억9천만원(한화 약 1천2백억원). 이는 91년도와 비교하면 두배가량 늘어난 액수다.
지난해 9월 상해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사립대학 삼달대학도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아직 학생수는 2백30명에 불과하고 시방직국의 교육시설을 빌려 운영하는 소규모지만 경비만큼은 수업료(학생당 연 2천8백원에서 3천원 정도)와 기업·개인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대학은 특히 시장경제에 필수적인 국제비즈니스·현대회계·컴퓨터응용 등 3개 학과만을 운영,특정분야에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며 기존대학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해에 최초로 등장한 사립탐정회사도 신풍속중의 하나. 「사회안전 컨설턴트 조사사무소」라는 이름을 내건 이 회사는 상해시 공안국(경찰)을 퇴직한 60대 베테랑 수사관 10명이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주로 경찰이 맡기를 꺼리는 사기·민사사건 등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이 사립탐정회사는 경찰수사보다 수사진척도가 훨씬 빨라 내·외국인들의 이용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아무튼 중국은 시장경제체제를 향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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