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후계인맥의 실세 거세”/포철 수뇌부 인사 뒷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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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부승진 모양 갖춘 철저한 솎아내기
박태준씨가 거대 공기업을 25년간이나 요리해 왔다는 점,작년 대권경쟁에 관계했던 점 때문에 그와 포항제철을 결별시킨 12일 포철주총은 뒷얘기와 해석들이 구구하다. 단적으로 말해 청와대 주도로 이루어진 이번 주총의 포철 수뇌부 개편은 박태준 후계인맥의 핵심실세를 정확히 들어낸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다시 말해 박씨의 완전퇴장과 아울러 황경로 전회장,박득표 전사장,이대공·서상환부사장 등 포철의 창업 1세대 5명을 솎아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의 핵심은 새로운 경영진의 발탁보다는 박씨 친위세력의 거세에 있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작년말 광양제철소 4기 완공후 박씨가 퇴진의사를 밝힘에 따라 후계구도 설정을 위한 간부진간의 힘겨루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그 결과가 이번 인사와 묘한 함수관계를 갖고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황 회장과 박 사장,그리고 8명의 부사장중에서 몇명의 실세가 부상하고 그중에 이대공 부사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씨의 비서를 15년간 해오다가 싱가포르주재 동남아본부장으로 전출된 당시 부사장이며 이번에 새사장에 오른 조말수씨 등은 비주류로 분류됐다.
제철소 건설부문을 쭉 맡아온 엔지니어인 정명식회장(전부회장)도 박태준씨의 견해에 「NO」를 할 수 있는 드문 존재라는 나름의 입지를 갖고 있으나 황 회장­박 사장의 주류와 약간의 거리가 있었고 「실세」들에게 섭섭한 일도 겪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청와대측은 이같은 구도를 파악한 것으로 보이며 비주류화된 듯한 정명식­조말수씨에게 경영권을 맡겨 「내부승진」이라는 모양을 갖추며 탈 박태준을 추진한 것이다. 박태준씨 고향인 경남 양산출신 측근들로서 이번에 퇴진한 차동해감사와 구자영상무 등 역시 이 지역출신인 박 전사장과 함께 새 정부내 PK인맥을 통해 박태준씨 구명운동을 한 것이 인사조치의 배경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포철안에서는 황 전회장과 박 전사장이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철강전문가라는 점에서 영업타격을 우려하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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