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본 유출 배후로 의심 받는 홍윤식씨는 박근혜 비선조직 '마포팀'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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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족의 주민등록초본 유출 사건에서 배후 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홍윤식씨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홍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마포 트라팰리스 빌딩에 사무실을 열고 '마포팀'이라고 불리는 박 후보의 비선 조직을 운영해 왔다. 이 후보 측 진수희 대변인은 최근 대운하 보고서 유출 사건에도 '마포팀'이 개입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후보 측은 마포팀이 'BBK' 사건을 비롯해 이 후보에 대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를 총지휘하는 사령부로 보고 있다.

홍씨는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초본 발급을 의뢰한 것이 아니라 구속된 권모씨가 자발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등록초본과 관련된 내용은 박 후보 측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검찰에서 부르면 당연히 가서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와의 관계는.

"2~3개월 전에 아는 사람 소개로 권씨와 만났다. 권씨가 박 후보를 돕고 싶다고 해서 '한강포럼(박 캠프의 대규모 외곽 조직)'에서 도우라고 했지만 크게 도울 일은 없었다."

박 후보 측은 권씨가 한때 한강 포럼서 일했다고 확인했다.

-주민등록초본 발급 경위는.

"어느 날 권씨가 '이 전 시장 주민등록초본이 필요하지 않냐'며 '절대 그런 문제가 안 되도록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도 나는 '위험한 짓 하지 마라. 위법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권씨가 초본을 갖고 왔더라. 이 전 시장 것은 빼고 부인 김윤옥씨와 큰형.처남 것을 갖고 왔더라. 보긴 봤는데 별 볼일이 없어서 그냥 책상에 던져두고 잊어버렸다."

-이후 상황은.

"권씨가 며칠 뒤 원본을 달라고 하더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관련 얘기를 한 다음인 것 같다. 누가 열람했는지 조사에 들어가는 것 때문이 아니었겠나. 그래서 다시 초본을 권씨에게 줬다. 권씨는 채권용으로 뗐기 때문에 다시 갖다준다면서 별 문제 없다고 하더라."

◆홍씨 누군가=연세대 총학생회장(정외과 71학번) 출신인 홍씨는 개인사업을 하다 1996년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 캠프에 보좌역으로 합류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이듬해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승리하자 홍씨는 이 후보 캠프로 옮겨 대외협력 파트에서 일했다.

홍씨는 2002년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무렵 박 후보를 도와주면서 가까운 사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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