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도피 수배자가 한인 납치극/LA공항서 끌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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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내계좌에 현금 1억 송금위협/감금 사흘만에 탈출… 경찰 연계조직 수사나서
경찰청 외사2과는 11일 지난해 거액을 사취한뒤 미국으로 도주,해외도피 경제사범으로 수배된 김진범씨(43·서울 묵동)가 LA공항에서 미국 방문객 채홍찬씨(37·무역업)를 납치·감금하고 돈을 강탈하면서 1억원을 국내계좌에 송금토록 강요한 사실을 밝혀내고 김씨의 국내 연계조직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5일 낮 12시50분 VASP항공편으로 미국 LA공항에 도착,공항에서 김씨 등 7명에게 납치돼 가든 그로버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에 감금된뒤 미화 5천달러를 빼앗기고 권총으로 무수히 구타당하며 살해모의내용을 듣는 등 협박 및 감금상태에 있다 사흘만에 수갑을 찬 채 도망쳐 위기를 모면했었다.
채씨는 또 국내에 개설한 김씨 등 범인들의 계좌에 현금 1억원을 온라인으로 송금하라는 범인들의 지시에 따라 친지들에게 이 돈을 송금하라고 연락했었다.
미국 LA총영사관에 내무영사로 파견근무중인 정동수경무관은 10일 탈출한 채씨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진술받고 현지 인터폴에 김씨 등 범인 신병확보와 인계를 요청하는 한편 채씨를 11일 대한항공편으로 귀국조치했다.
채씨는 주미 LA총영사관에서 『범인 김씨는 고교 7년선배로 한때 나와 같은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내가 자금동원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LA공항에 마중나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범인 김씨는 부인 탁연홍씨가 대표로 있는 동륭물산을 경영하며 어음부도 5억8천만원,담보사기 8억8천만원 등 모두 14억6천만원을 횡령하고 지난해 3월7일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도피,지난 연말 검찰의 해외도피경제사범 일제수사때 수배돼 같은해 12월 3일자로 여권이 무효화됐었다. 경찰은 채씨가 귀국하는대로 납치경위와 김씨의 해외도피사건 등을 조사하는 한편 김씨의 국내연계조직 등에 대해 수사를 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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